대선…北核… 美실적불안 연말증시 안개속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8시 16분



16일 종합주가지수가 중단기 추세를 벗어나 690선으로 밀려났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연말까지는 680∼740선의 박스권에 갇힌 채 미국 증시에서 나오는 시그널에 따라 방향을 잡아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아래로든 위로든 큰 방향을 점치기 어려운 것은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힘든 정치 경제적 이슈들이 최근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적 변수〓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북한 핵(核) 문제가 돌출해 연말 증시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경제 변수로는 미국에서 이번 주부터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분기 실적 발표(17일·이하 현지 시간)를 필두로 기업들의 실적 경고 및 확정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산업 생산(17일), 무역수지(18일), 경기선행지수(19일), 3·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20일) 등 굵직한 거시지표들도 잇달아 공표된다. 결과에 따라서는 치열한 논란 끝에 ‘낙관론 대 비관론’에서 ‘낙관론 대 신중론’으로 중심점이 옮아간 세계 경기회복 논란의 흐름이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전망 조심스러워〓증시전문가들의 연말 전망도 한결 조심스러워졌다.

일례로 현대증권 류용석 선임연구원은 “당분간 북핵 문제와 미국 기업 실적 악화 우려 등의 악재와 대선 이후 주가상승 기대감이 맞붙는 혼전 국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최근의 상황 전개가 일반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일치한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87년 KAL기 폭파 사고, 92년 북한 핵사찰 공방 등 대선 직전에는 으레 대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았다”면서 “하지만 대선 이후 이런 문제들이 풀리면서 주가가 예외 없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1990년대 이후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국면이 7차례 있었으나 국내증시 장세에 이렇다 할 영향은 주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운수 은행 반도체 업종 괜찮을 듯〓이에 따라 연말 장세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의해 짓눌리기보다는 소폭의 주가등락이 이어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대한 미 증시의 반응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증시 포지션에 따라 주가 향방이 결정될 전망.

굿모닝신한 김 연구원은 “지수 관련 대형 정보기술(IT)주에 대한 매수는 미국 기업 실적의 윤곽이 드러나는 20일 이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종합주가지수 700 이하에서 내년에 영업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운수 은행 인터넷 반도체 등 업종의 대표주를 몇 차례 나눠서 사들이는 것도 괜찮다”고 밝혔다.

동원 김 연구원은 “호재 및 악재 요인이 엇비슷해서 주가가 많이 빠지진 않을 것”이라며 “이미 맘에 드는 주식을 산 투자자는 팔지 말고 계속 가져가고 현금사정이 넉넉한 투자자는 가계 부실 우려가 정점에 달한 점을 감안해 은행주를 저점 매수해 볼 만하다”고 권했다.

1990년대 이후 남북 긴장 고조 국면의 주가 추이
사건종합주가지수 등락률(%)장세 영향
D일D+7일D+30일
북한 판문점 침범 무력시위(96.4.7)-0.02+3.5+10.0없었음(대세하락기/외국인 대량 순매수)
연평도 인근 남북해군 충돌(99.6.15)-2.21+8.12+6.21별로 없었음(대세상승기/대우사태 진행 중/외국인 대량 순매도)
부시, ‘악의 축’ 발언(2002.1.29)-3.17-5.98+12.36별로 없었음(대세상승기/외국인 대량 순매도:2001년말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백령도 인근 남북해군 충돌(2002.6.29)+0.47+7.00-4.59없었음(대세하락기/외국인 대량 순매도:미국 주식형펀드에서 급격한 자금유출)
자료:굿모닝 신한증권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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