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임원 ‘매도공시’ 증시 촉각

  • 입력 2002년 12월 4일 17시 46분



누가 주가 움직임을 가장 잘 알아맞힐까?

교과서적인 해답은 ‘애널리스트’일 것이다. 주가 맞히기가 생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과서적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주가를 전망한다는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땀에 젖은 몸으로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 높이뛰기 선수보다는 진공의 우주 공간에서 중력을 실험하는 물리학자에 가깝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의 주가 판단이 증시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할까?

투자자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으로 판단하면 단연 해당 회사 임원들이다. 특히 주가 움직임을 종잡을 수 없을 때는 해당 회사 임원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언제 사고 파는지가 투자자들에게 유력한 시그널로 간주된다.

이런 점에서 3일 장 마감 직전 나온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이윤우 사장의 삼성전자 주식 매도 공시가 관심을 끈다.

공시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11월27일 삼성전자 주식 1000주를 주당 37만8000원에 팔았다. 윤 부회장은 10월18일과 30일에도 각각 1000주씩 팔았다. 또 이 사장은 11월8일 1000주를 36만5500원에, 2000주를 36만7500원에 각각 매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두 임원이 대체로 주가가 단기적인 방향 모색을 하는 시점을 잘 포착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평가했다.

10월18일은 삼성전자가 3·4분기(7∼9월) 실적 발표에 힘입어 5% 남짓 급등한 날이며 10월30일은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이며 이틀 전 36만원 선을 돌파했던 주가가 이틀 내리 떨어지면서 34만원선을 밑돈 날이다. 11월8일은 11월 들어 재개된 오름세가 다시 주춤한 날이며 11월27일은 외국인의 대량매수 공세가 일단락되면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던 때였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주가와 거래량 흐름을 감안할 때 두 임원은 매도 타이밍 선정에 있어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단기흐름을 잘 읽은 편”이라고 촌평했다.

우리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이라는 큰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크기 때문에 두 임원의 매매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애널리스트는 “두 임원의 지위와 지명도를 감안할 때 아무리 물량이 적더라도 그들의 매매타이밍이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법인 임원들의 주식소유 변동내용은 사유 발생일 다음달 10일까지 공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즉각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