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확장'2世가 뛴다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45분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2세 경영자들이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젊은 경영자 특유의 의욕에다 미래사업을 개척하려는 기업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견그룹 2세 확장세 두드러져〓중견그룹 2세 경영자들의 확장 경쟁이 특히 눈에 띈다.

이수그룹의 모기업인 이수화학은 최근 “대신생명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신생명 인수는 2년 전 2세 경영자인 김상범 회장이 취임하면서 신사업으로 설정한 금융업 진출의 일환. 2000년 초 부친인 김준성 당시 회장(전 경제부총리)에게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김 회장은 취임과 함께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금융사업을 강화하고 생명공학과 인터넷사업 등 첨단분야에도 뛰어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화학 업종이 안정적이긴 하나 성장성이 떨어져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화학 사업이 주력인 애경도 2세인 채형석 부회장이 유통 분야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채 부회장은 직함은 아직 부회장이지만 사실상 어머니 장영신 회장에게서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은 상태. 채 부회장은 올 10월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경영권을 투자펀드 지분 참여 방식으로 인수했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과 경기 수원 평택 민자 역사의 운영권을 따내 여기에 각각 쇼핑몰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채 부회장은 93년 서울 구로역에 애경백화점을 내면서 유통업에 진출했다.

중견 레미콘 업체인 아주산업은 10월에 대우자동차 계열 판매 전문 업체인 대우자동차판매를 인수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주산업은 창업자 문태식 회장의 보수적인 경영으로 레미콘 업계에서는 한 우물을 파는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2세들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보수적인 색깔을 벗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현재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문규영 부회장(51)은 문 회장의 장남. 문 부회장은 대우자판 인수에 대해 “중고차 매매와 신차 판매 렌털 택배 등 자동차 판매 유통망을 강화해 이 분야의 우위를 확고히 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1997년 서교호텔 인수를 시작으로 호텔업과도 인연을 맺어 2000년에는 제주 하얏트호텔을 인수하기도 했다.

▽대기업 2세도 활발한 확장〓대기업 가운데는 롯데와 SK의 2세들이 활발하다. 최근 대대적 롯데그룹의 사업확장도 2세인 신동빈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깊다. 최태원 SK㈜회장도 SK㈜를 통해 자동차운행정보 사업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2세들은 왜 사업확장 좋아하나〓40대에서 50대 초반의 2세들은 새로운 사업에서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경영권 승계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여기에 부모 세대 때 단단하게 다져온 사업 기반을 활용해 미래 수익사업을 발굴하려는 경영전략상 포석도 작용한다.

이들의 확장 경쟁이 과거 2세들의 무분별한 확장과는 얼마나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한보나 유원건설 쌍방울 등 많은 기업들이 2세 경영자가 무리하게 사업을 키우다가 그룹이 몰락하고 말았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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