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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3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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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는 54평 이상 주거지(상업지역은 60평 이상)를 사고 팔 때 반드시 해당 구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문제는 재개발지구인 뉴타운 일대에서 거래되는 토지가 대부분 10∼30평대 의 소규모라는 것. 여기에 이미 한 차례 투기 바람이 휩쓸고 가 팔릴 만한 땅은 모두 외지인 손에 넘어갔다는 점도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소규모 땅 거래는 속수무책〓서울시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을 지역은 성북구 길음동(길음 뉴타운)과 성동구 상왕십리동(왕십리 뉴타운) 일대.
길음동은 이미 8개 지역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상왕십리동도 30평 미만의 가옥이 대부분이다.
재개발구역의 특징은 소규모 땅(지분) 거래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 재개발구역에서는 지분 규모에 상관없이 한 사람이 새 아파트 한 채씩만 신청할 수 있다. 또 지분이 작을수록 초기 투자비는 적은 대신 프리미엄은 대형 지분 소유자와 비슷하게 얻을 수 있어 소규모 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형일수록 평당 가격이 비싼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길음동 일대 재개발구역에서 주로 거래되는 땅은 10∼20평짜리가 대부분이다. 30평만 넘어도 거래가 안 된다.
왕십리 뉴타운도 마찬가지. 60, 70년대 지어진 대지 30평 미만 주택이 밀집해 있다. 거래도 이들 주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강남식 투기바람 부나〓지난달 24일 서울시가 개발계획을 발표한 이후 해당 지역 땅값은 오를 만큼 올랐다.
길음 7구역 10평짜리 재개발지분은 평당 1100만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00만원가량 급등했다. 인근 8구역도 800만원 이상 뛰었다.
지분 값이 오르면 새로 들어설 아파트 프리미엄도 상승하기 마련. 이를 반영하듯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재개발구역 분양권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길음 1구역 삼성아파트 30평형이 현재 3억2000만원선으로 일주일 전보다 최고 1000만원 올랐다. 2구역 대우아파트 33평형 분양권도 1000만원 오른 2억7000만원선.
길음동 한솔부동산 박용찬 사장은 “중개업소마다 매수 대기자가 10명 이상 몰려 있을 정도로 거래가 많다”며 “10월 초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300만원가량 떨어졌던 매물 가격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상왕십리동도 단독주택 매매가가 일주일 만에 평당 100만∼200만원가량 올랐다. 대지 20평짜리 단독주택이 평당 500만원, 10평 이하는 550만∼600만원선.
이 지역 부근에 있는 진흥부동산 최경환 사장은 “발표 이후 20∼30평 규모의 소형 주택을 사겠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평균 30통 정도 오고 있어 다른 업무를 볼 수 없는 지경”이라며 “매물이 나오지 않아 매매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호가만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사전 대책 필요〓부동산 업계에서는 땅값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개발계획 발표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투기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A건설 관계자는 “강북 재개발구역은 8월부터 매수세가 줄을 이었다”며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어봤자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시세차익을 챙겼거나 해당 지역 매물을 확보한 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외지인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소규모 토지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서울 강북 뉴타운 평당 땅값 현황 | |||
| 지역 | 10월 24일 | 10월 31일 | |
| 성북구 길음 7구역 | 지분 10평형 | 1000만원 | 1100만원 |
| 지분 7평형 | 1150만원 | 1300만원 이상 | |
| 성동구 상왕십리동 | 20평짜리 단독주택지 | 400만원 | 500만∼600만원 |
| 10평 이하 단독주택지 | 450만∼500만원 | 550만∼700만원 | |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