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제일주의 현장]디지아이, 자기자본이익률 40% 자랑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02분


주주를 중시하는 방법은 많다. 높은 배당률과 투명한 실적 공개는 기본. 자사주를 사들여도 좋고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주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밑바탕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DGI는 세계 1위의 가격경쟁력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0%를 넘는다.

▽40%대 ROE, 높은 경쟁력〓DGI는 광고 제작에 쓰는 산업용 컬러프린터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제도기에서 옥외 광고용 절단기를 거쳐 산업용 컬러프린터로 주력 제품을 바꿔왔다.

이 회사의 ROE는 4년 연속 40%를 웃돌았다. 100원의 자본으로 40원을 버는 셈. 은행 이자율의 7배에 달한다.

최관수 사장(55)은 “당장의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게 주주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높은 이익률은 마케팅, 브랜드, 가격결정력이 맞물린 결과다. 이 회사는 직원이 98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70개국에 90곳의 판매망을 갖고 있다. 매출액의 70%는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17년 동안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매년 10여 차례 참가해 판매망을 만든 결과다.

이 회사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했다. 주력제품인 ‘잉크젯 플로터(옥외 광고용 컬러 프린터)’는 폭 2.5m 정도의 소재에 인쇄를 할 수 있다. 폭이 3m를 넘는 기계는 대당 가격이 수억원으로 외국의 대형 업체가 생산한다.

최 사장은 “폭 2.5m짜리 중형 프린터는 대기업이 생산하기에는 시장이 좁다”며 “선진국 대기업과 경쟁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남아 중소기업이 생산하기에는 기술력이 높고 경험이 필요하다. 틈새시장이라는 얘기다.

▽생존이 주주에 대한 예의〓지나치게 많은 현금 보유액은 DGI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연간 매출 규모인 3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성장성의 한계나 이익률 저하 요소라는 지적.

최 사장은 “망하지 않는 게 주주정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익을 많이 내고 전망이 좋아도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매출액이 20∼50%씩 늘어났다. 매달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있으며 주당 배당금은 2001년 30%(액면가 대비)에서 올해 50%로 늘린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끝-

▼최관수사장 한마디 “잘 벌때 허리띠 졸라매야”▼

DGI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뒷골목에 있다. 20년이 넘은 5층짜리 건물의 한 층을 쓰고 있다. 경기 양주군에 깔끔한 공장과 연구소가 있지만 서울 사무실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20년 넘게 중소 제조업계에 몸담아온 최관수 사장은 “돈을 잘 벌 때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은 나가기 쉽지만 들어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접대비나 소비성 물품비용도 무척 아낀다. 주주들의 돈이기 때문이다.

그는 1년 중 3개월은 해외에 있다. 웬만한 전시회에는 모두 참석해 새로운 수요를 파악하고 판촉을 한다. 중소기업이 세계시장 1위를 하려면 제품 못지 않게 마케팅이 중요하다.

절약을 강조하지만 직원 급여는 적지 않다. 정규 상여금 500% 외에 연말 성과급으로 평균 1000%의 상여금을 준다.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직원의 노력과 높은 실적을 함께 이끌어낸다.

현재 섬유나 목재 철재에도 컬러로 출력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주주정책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중소 제조업체는 잘 만들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전부이지요.”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