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예산안]111조 7000억 어디 쓰나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8분


《내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액이 4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전보다 늘어난다. 또 학급당 최대 학생 수가 35명으로 줄어들고 재해방지 투자나 농축산물 검역 같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부문에 쓰이는 돈의 규모가 크게 증가한다. 사회복지예산, 공무원 인건비, 교육예산도 올해보다 8∼9%씩 늘지만 통일 외교분야 예산은 16.8% 줄고 수출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예산도 8.5% 축소된다.》


내년 세목별 국세수입 전망(단위:억원)
구분내년 예산(억원)올해 실적 대비 증가율(%)
일반회계소득세20조19086.1
법인세21조624314.3
상속 증여세87071.3
부가가치세34조139210.9
특별소비세5조37220.2
증권거래세2조47468.5
인지세54558.5
과년도수입1조94232.0
교통세9조15447.7
관세7조18205.3
특별회계주세3조09199.4
교통세1조51517.7
교육세3조950112.3
농특세2조7935.9
합계113조79749.9

▽SOC투자 늘린다〓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전년 대비)했던 SOC 예산이 올해는 16조 7560억원으로 4년 만에 증가한다. 전주∼광양 고속도로와 주문진∼속초 고속도로가 새로 착공돼 고속도로 건설에만 2조3587억원이 투입된다.

국민임대주택 8만가구 건설에 6426억원, 주거환경개선사업에 2000억원이 배정됐다. 홍수피해가 발생한 낙동강 주변 치수사업에 1500억원이 투입된다.

▽학급당 최대 학생 수 줄인다〓초중등학교 253곳이 신설되고 교원도 1만3000명 늘어 학급당 최대 학생 수가 35명으로 줄어든다.

중학교 무상교육을 현재 전국 시(市)지역 1학년에서 2학년까지로 확대하고 초중등학생의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원어민(原語民) 보조교사를 초빙할 수 있게 된다. 국립대 시간강사료가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오르고 교수도 1000명이 증원된다.

▽여성과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강화〓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위해 보육시설을 60곳으로 대폭 늘린다. 치매나 중풍을 앓는 노인을 위한 요양시설도 더 짓고 서민층을 위한 복지시설도 확충한다.

저소득 학생과 장애인의 근로소득 공제비율이 현재 10∼15%에서 30%로 높아진다. 저소득층 무료 암검진서비스에 내년부터 간암이 추가된다. 2005년까지는 자궁암과 대장암도 포함된다.

▽과학기술투자 계속 늘린다〓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올해 5조원에서 내년에는 5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투자비중도 높아진다.

국내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 2만5000명은 장학금과 연구비, 해외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대중문화 기반 다진다〓옛 명동 국립극장이 복원되고, 국립 지방국악원을 세우는 일이 추진된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산업의 콘텐츠 창작기반을 마련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데 607억원이 지원된다.

▽수출 및 중소 벤처기업 지원〓대불 마산 군산에 자유무역지역을 만드는 데 1040억원이 투입된다. 수출마케팅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데 각각 2090억원과 1680억원이 쓰인다. 그러나 신용보증 등 한시적 금융지원은 올해 84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농어촌 경쟁력 강화〓정부 재고 쌀을 싸게 파는 것에 대비해 양곡특별회계 지원이 5297억원에서 1조78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영세농업인 자녀 학자금 면제 대상에 인문계 고등학교가 추가된다.

▽통일 외교 역량을 키운다〓남북협력기금 출연금은 3000억원으로 줄지만 기존 재원을 활용해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등 교류협력사업은 차질없이 지원한다.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등 무상원조사업이 923억원으로 늘어나고 국제기구에 대한 분담금도 확대된다.

▽환경분야 투자 확대〓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천연가스버스 보급도 2000대로 크게 늘린다. 수도권지역 청소차 80대를 천연가스자동차로 교체하기 위해 24억원이 투입된다.

국립생물자원보존관 착공에 50억원이 지원되고 동강 유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보전대책에 40억원이 쓰인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공무원 보수 인상▼

내년 공무원 보수가 올해보다 5.5% 오른다.

이는 1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는 민간 중견기업의 예상 임금상승률 5.0%보다 0.5%포인트 높은 것이다.

정부는 다만 민간 중견기업의 내년 임금상승률이 5.0%를 웃돌면 예비비를 지급해 실제 보수인상률을 높여 0.5%포인트 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예산안에 보수 예비비 2000억원을 별도로 편성했다.

기획예산처는 공무원 보수가 5.5% 오르면 민간 중견기업 평균임금의 97.3%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2000년 공식 발표한 ‘공무원 보수 현실화 5개년 계획’의 목표치에 1.1%포인트 미달하는 것. 계획에 따르면 민간 중견기업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2003년 98.4%, 2004년 100.0%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내년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지만 2004년 계획을 달성하기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현실화율을 100.0%로 끌어올리려면 2004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민간 중견기업 임금인상률보다 2.7%포인트나 높게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공무원 보수 현실화율 목표치(96.8%)도 형식상은 맞춰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산처 당국자는 “목표치와 실제지급액과의 차액 가운데 하반기(7∼12월)분에 대해서만 예비비에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색 사업▼

내년 예산에는 종합해양과학조사선을 만드는 일과 ‘청소년 비즈쿨(BizCool)’을 운영하는 것 같은 ‘이색 사업’이 들어 있다.

해양수산부는 800억원을 들여 5000t 규모의 종합해양과학조사선을 2008년까지 건조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남극해 북극해 등에서 탐사나 연구활동을 할 때 외국배를 빌릴 수밖에 없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미혼모들을 위해 공동주거공간인 ‘중간의 집’이 서울에 1곳, 지방에 4곳 만들어진다. 운영에 필요한 상담원, 인건비와 경비, 아동양육비, 미혼모의 자립을 위한 교육비 등이 지원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즈쿨 사업도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시작된다. 비즈쿨은 비즈니스와 스쿨의 합성어. 주로 실업계 고교생이나 고교를 중퇴한 학생을 대상으로 창업이나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하는 사업. 미국에서 학과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실업계 청소년에게 시행했던 사업을 ‘벤치마킹’했다.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눈 정밀검진과 개안수술비를 지원한다. 내년에는 1만5000명이 무료검진을 받으며 백내장과 망막증 환자 700명은 수술비를 지원받는다.

또 박사학위를 받은 뒤 5년, 해외연수 후 3년 이내의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연구시설 건립 비용을 1인당 연간 1억∼2억원씩 지원한다.

어린이들이 교통안전을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교통공원’을 전국 50곳에 만든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들이 모형차를 스스로 운전할 수 있으며 교차로를 건너거나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을 실습한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나라살림 규모는▼

내년에는 국채 발행이 중단되고 공기업 주식 매각 수입도 올해보다 3조8000억원이나 줄어든다.

그렇지만 내년 ‘나라살림’ 규모는 줄지 않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이 내야 할 세금은 크게 늘어난다. 1인당 조세부담액이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서고 조세부담률도 사상 최고치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일반회계 세출(歲出)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5.5% 증가한 111조6580억원으로 정했다.

이에 비해 일반회계의 국세(國稅) 세입예산은 올해보다 9.9% 늘어난 103조1610억원으로 잡았다. 일반회계 국세 세입예산 증가율이 세출예산 증가율보다 4.4%포인트 높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내년 총 국세 세입예산은 113조7974억원으로 올해보다 9.8% 많다.

국세에 지방세를 더한 내년 총 조세수입은 143조8000억원, 이를 내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은 22.6%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총 조세수입을 내년 추계 인구(4792만5000명)로 나눈 1인당 세금부담액은 300만원이 된다. 1인당 세금부담액은 1999년 처음 200만원을 넘어선 뒤 4년 만에 300만원을 웃도는 셈이다. 다만 총 조세수입은 기업의 법인세 등 기업이 내는 세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개인이 300만원씩 세금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

봉급생활자가 내는 세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세 예산은 올해 실제 세수(稅收)보다 4.8% 늘어난 7조8500억원으로 정해졌다.

최경수(崔庚洙)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임금 상승과 취업자 증가로 근로소득세 세수가 자연적으로 10∼15% 늘어나지만 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늘렸기 때문에 실제 증가율은 4.8%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세목 가운데 가장 증가율이 높은 것은 특별소비세로 예상증가율이 20.2%다. 이어 △법인세 14.3% △교육세 12.3% △부가가치세 10.9% 순이다.내년 세입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목은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로 각각 34조1392억원과 21조6243억원이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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