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서울다씨 이부희국장 "소비자 욕구담아야 명품광고"

  • 입력 2002년 9월 2일 17시 58분


“자존심요?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려야죠.”

서울다씨 이부희(李芙希·37) 부국장은 늘 경쟁 광고사들의 광고물을 꼼꼼히 뜯어본다.

‘어떤 광고가 좋았느냐’는 질문에 광고인 대부분은 우선 해외광고를 사례로 든다.

하지만 이 부국장의 입에선 국내 경쟁사들의 광고들이 하나 둘 쏟아져 나왔다.

“카피라이터 초년병 시절 생리대 광고에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직장인 여성들을 내세웠어요. 반응도 괜찮죠. 그런데 경쟁 광고사가 호텔 여직원의 깨끗한 얼굴을 이용해 생리대의 ‘청결함’을 강조한 것을 보고 ‘우리가 한 수 아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 모 패스트푸드회사의 광고를 만든 경쟁사 사람들에게는 ‘직접 만나 보고 싶다’는 말도 꺼냈다.

물론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좋은 것을 좋다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인정해야 자신에 대한 평가도 냉철해진다. 객관적인 자기 평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만든다.

특히 메모 습관은 1987년 처음 광고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와의 인터뷰 내내 질문을 받기만 하면서도 계속 메모장에 뭔가를 긁적거렸다.

“아이디어는 전구에 불 들어오듯 갑자기 떠오른 것이 아니에요. 충분한 자료수집과 고민을 한 뒤 반드시 한 번쯤은 그 제품이나 광고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이런 포즈(Pause·멈춤)가 있은 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다시 문제를 접할 때 진짜 아이디어가 나오죠.”

남양유업이 수백억원의 광고물량을 서울다씨에 맡긴 것도 이 부국장의 이런 노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국내 광고계가 아이디어가 아닌 유행어, 유명 모델 등에 너무 의존하는 것을 아쉬워 한다. 후배들도 광고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부국장은 “소비자의 근본적인 욕구를 잡아내 보여주는 ‘네이키드 아이디어(naked

idea)’가 필요하다”며 “네이키드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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