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議 "불합리한 조세시스템 바꿔야"

  • 입력 2002년 8월 18일 19시 00분


현 정부의 재벌 개혁 조치의 하나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그룹은 의무적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자산이 2조원을 넘는 그룹은 내년부터 기준이 더욱 까다로운 결합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세금은 계열사 제각기 따로 낸다. A사가 5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같은 계열내 B사가 6000억원의 이익을 냈을 경우 ‘연결된’ 장부에 따르면 1000억의 흑자를 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연결납세제도), 현재의 세금은 6000억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기업들의 세제 개선 건의를 모아 6개 부문에 걸쳐 50건의 민원을 정리했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정부가 국제 수준의 조세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인 제도가 많다”면서 “당장의 세수(稅收) 감소를 각오하더라도 기업 활력이 커지는 쪽으로 조세행정을 바꿔야 길게 보면 오히려 세수가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재계, “세제(稅制) 바꿔야”〓재계는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장려하면서도 세제는 바꾸려 들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물론 A사도 적자 5000억원을 몇 년으로 나눠 순익을 낼 때마다 상계시켜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다.(이월결손금 공제혜택).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상반기 거둔 순익에 이같은 이월결손금을 덧붙여 법인세를 1973억원이나 아낀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적자를 나눠 계산하는 기한이 선진국(7∼20년)보다 짧은 5년에 불과해 이익을 내는 데 장기간이 걸리는 통신이나 항공 해운업종에는 ‘그림의 떡’이다.

▽행정편의적 세제 여전해〓행정편의적인 세제도 많다. 정부가 조세소송에서 져 세금을 되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는 ‘저금리시대’에 맞춰 4.75%까지 내려갔다. 반면 납부의무를 게을리 한 기업에 물리는 가산세율은 11%에서 외환위기 때 18.25%로 올라간 이후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올해초 ‘연구개발(R&D) 활동이 해마다 위축된다’며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해 장학금까지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조세정책은 방향이 어긋난다. 자동차업체들이 연구개발용으로 들여오는 외제차를 고소득층의 외제차 수입과 똑같이 취급해 특별소비세를 물리고 있는 것. 기업이 연구시설을 빌릴 때는 세액공제 대상이 되지만 자체 연구시설을 유지 보수, 감가상각하는 것은 공제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도 모순이다.

▽상의, 메아리 없는 외침 우려〓상의 건의서는 28일쯤 열리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재정경제부 세제실과 산업자원부 등에 건네졌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연례행사’처럼 제기되는 재계의 주장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또 비업무용 부동산제도 폐지 등 국민 정서와 잘 맞지 않는 요구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평가다.

방영민(方榮玟)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은 “기업의 요청을 정중히 검토하겠지만 전체 세수와 재정을 두루 감안해야 하는 정부로서 채택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상의는 이번 건의서 발표에 앞서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가 사실상 묵살당했다. 최고세율 40%가 적용되는 소득구간인 ‘8000만원 이상’에 들어선 납세자가 외환위기 전에 비해 3배로 늘어난 것은 각종 수당들이 세제개편으로 소득에 합산된 탓이라는 주장이었다.

내년부터 공적자금 미회수분 69조원(올 3월 기준) 중 29조원을 재정에서 갚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는 각종 조세감면 혜택조차 줄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 기업의 세금 민원은 예년처럼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기업인들이 지적한 경쟁력 저하 과세제도
부문제 목건의내용
경쟁국 수준조세시스템 구축연결납세제도 지연-2003년 도입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이 짧다-현행 5년→10년
기업상속세 할증과세 -현행 20∼30%→폐지
수출용 원재료인 금 관세율 높다 -현행 3%→1%
중과세제도정비납부 불성실시 가산세율이 높다-年18.25% → 7.3%
비업무용 부동산제 남아있다-폐지
수도권 과밀억제 차원에서 부동산 등록세 3배로 부과-대도시내 설립해 5년이 지나면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
기업 운동시설용 등 토지도 중과세-운동시설용 토지:최고 5%→1%-터미널 등 교통시설:최고 2%→0.1∼0.3%
수출·투자활성화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이 짧다-2003년 1년간 연장, 제도운영도 1년 단위로
R&D용 수입품에 대한 특소세 면제조치 폐지-면세혜택 부활
수출업체 접대비 일부분만 비용인정-해외 접대비는 전액 비용인정
디지털환경에맞춘 세제부가세를 사업장단위로 관리-법인단위로 바꿔야
세금계산서 불명확하면 기업에 모든 책임-과세당국이 거래건별로 기록해야
기타고소득층 소득세율이 높아 -최고세율(40%) 적용금액:8,000만원→1억원으로
업무관련 필요경비도 소득으로 간주, 과세-업무활동비, 차량운행비, 업무교육비 등 필요경비 인정
기업 업무용 소형승용차는 세금계산시 비영업용으로 간주-차량 구입·유지비용 매입세액공제 허용
기부금 극히 일부만 손금으로 간주-지정기부금:손금산입한도 5%→10%-법정기부금:이월공제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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