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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4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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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에서 봉우리가 두 번 형성되고 두 번째 봉우리가 앞 봉우리보다 높으면 이 주가는 절대 급락하지 않는다’ 등등. 심지어 ‘어떤 종목은 주가가 5% 빠진 다음날 반드시 10% 오르고, 어떤 종목은 매달 1일 무조건 주가가 5% 오르고…’ 등 ‘이유는 모르지만 해보니까 그렇더라’ 식의 법칙도 있다.
정말 그렇다면 골치 아픈 기업보고서나 각종 지표 따위는 쳐다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850지수의 규칙성〓그러나 증시에서 이런 생각은 허황된 꿈이다. 지수 850은 1990년 이후 12년 동안 주요 저항선이자 지지선이었다. 한번 뚫고 올라가면 지수 1,000까지는 반드시 올라갔고 반대로 한 번 깨지면 대세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지수 850은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됐다.
지수가 850을 넘어섰던 3월 “규칙대로라면 무조건 지수 1,000은 갈 것”이라며 대형주 추격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는 큰 손해를 봤다.
엘리오트 파동 이론 등 각종 차트의 규칙들도 지난해 10월 이후 주가 급등락을 거치면서 많은 종목에서 깨졌다. 예상 밖의 주가 급등락에 기존의 차트해석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속칭 ‘그림이 안 나오는’ 종목이 양산됐다.
▽깨지는 게 정상인 규칙〓‘랜덤워크 이론’ (주가는 예측할 수 없으며 제 맘대로 움직인다는 이론)의 저자인 프린스턴대 버튼 맬키엘 교수는 “이익을 내는 어떤 규칙이건 일단 만들어지기만 하면 증시는 그것을 파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 올해 한국 증시에서도 10년 넘게 버텨온 각종 규칙들이 산산이 깨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규칙은 깨지는 게 정상”이라고 지적한다.
증시에서 법칙이라고 만들어지는 순간 많은 투자자들이 그 법칙을 이용해 돈을 벌려 하기 때문. 법칙을 모르는 사람이 손해를 봐야 법칙을 아는 사람이 돈을 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법칙을 알고 이용하려 든다면 그 법칙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다. 각 증권사나 투자자문사에서 만든 여러 매매 시스템이 개발 후 2개월 정도 지나면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떻게 투자할까〓기업에 대한 기초지식 없이 차트 규칙만 맹신하다가는 규칙을 깨는 급격한 주가 변화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
펀더멘털리스트인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 팀장은 “규칙의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은 장기적인 주가의 가치를 결정한다”며 “기업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게 현명한 투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가가 펀더멘털에 접근한다’는 것도 가장 잘 깨지는 규칙의 하나라고 랜덤워크 이론은 가르치고 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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