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카드사 시장쟁탈전 본격화

  • 입력 2002년 6월 24일 17시 48분


시중은행과 신용카드사가 시장 쟁탈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발빠른 카드업계는 은행을 상대로 ‘잔 펀치’를 내밀고 있고, 공룡처럼 커진 은행권은 카드사가 장악한 현금서비스 시장을 겨냥해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LG 삼성카드는 6월부터 아파트관리비를 신용카드로 받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에 아파트 관리비는 시중은행의 텃밭으로 무통장 입금이나 지로납부로 아파트단지의 알짜 고객을 유지해왔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 500만 세대 가운데 1∼2년내 카드납부가 가능한 곳은 100만 세대. 월 평균 관리비 18만원을 고려하면 시장규모가 연 2조원대다. LG카드 정성균 과장은 “고객에게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져 고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를 카드로 결제 받더라도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는 ‘제로’인 만큼 관리비 서비스는 결제비용만큼 역(逆)마진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신규 고객을 아파트 단지별로 한꺼번에 모집하고 △휴면카드 고객을 되살려내고 △현금서비스 비중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현금서비스를 신청하라”며 은행을 배제한 현금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300만원을 현금서비스 받을 때 카드사가 은행에 내는 기계사용료는 6500원. 1회 인출한도가 70만원이므로 1300원인 수수료를 5번이나 내야한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전화를 이용하면 300∼600원이면 충분하다. 결국 인터넷 현금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은행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진짜 싸움은 연 금리 20%초반대 대출시장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다음달 4일 자회사인 씨티파이낸셜을 출범시킨다. 국민 신한 한미은행도 자회사를 만들어 연 금리 20∼40%대 소비자금융시장에 진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현금서비스 시장은 연 130조원 규모. 은행권 자회사는 △7월부터 시작되는 소액 대출정보 통합관리 △정부의 현금서비스 억제책이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금융 진출을 준비중인 시중은행 담당자는 “현금서비스 수요는 그대로 유지된 채 신용카드사가 서비스 한도를 줄이면서 현금서비스의 절대 규모가 줄어들면 소비자 금융회사로 고객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김홍식 상무는 “월 소득 200만원대인 고객을 놓고 씨티파이낸셜과 신용카드사가 접전을 벌일 것이고, 평균 3개월이 만기인 현금서비스보다 만기가 2∼3년짜리인 장기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은 은행 쪽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