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KT “FIFA에 법적조치 고려”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27분


한일(韓日)월드컵을 둘러싼 KT(옛 한국통신)와 SK텔레콤간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KT와 국제축구연맹(FIFA)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KT와 KTF 측은 FIFA가 월드컵 공식후원사가 아닌 한국기업에 대해 지적재산권 침해혐의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FIFA가 SK텔레콤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KT는 FIFA를 상대로 법적책임을 물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KT와 KTF 측은 “KT는 그동안 FIFA측에 ‘SK텔레콤이 월드컵 후원사가 아니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으니 제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별다른 개선조치가 없었다”며 “후원사가 수백억원을 지불하고 사들인 지적재산권을 FIFA가 보호해주지 않을 경우 FIFA는 후원사에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TF는 또 SK텔레콤이 한국축구협회 공식후원사도 아니면서 ‘한국축구의 힘 스피드 011’ 등 교묘한 광고문구를 통해 축구협회 공식후원사인 KTF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한국축구협회도 SK텔레콤측에 법적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광고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법률검토를 한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공식후원사만 월드컵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한다. SK텔레콤 이희혁 프로모션 팀장은 “SK텔레콤의 광고는 FIFA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적이 없으며 붉은 악마의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는 이번 월드컵의 핵심적 ‘문화현상’인 ‘길거리 응원’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FIFA가 KT의 요구대로 SK텔레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강정호 교수(스포츠마케팅)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후원사가 아닌 기업의 ‘매복 마케팅’과 관련해 미국법원에 일부 기업을 제소했다가 패소한 판례가 있다”며 “FIFA가 SK텔레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면 전 세계 기업들에 매복 마케팅이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한계를 알려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업계의 한 임원은 “SK텔레콤의 마케팅은 전 세계에서 응원단을 이용한 성공한 매복마케팅의 첫 사례”라며 “FIFA가 이번에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해 예방장치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