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시장 '미워도 다시 한번'

  • 입력 2002년 5월 20일 19시 06분


법정관리중인 미도파는 최근 제3자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자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았다. 그런데 무려 20곳이 넘는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냈다.

매각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구조조정시장밖에 없다는 생각에 수많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와 투자자문사가 몰렸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시장이 다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 시장의 ‘주축’인 CRC는 ‘이용호 게이트’를 계기로 비(非)도덕성과 잘못된 투자 관행이 드러나면서 호된 질타를 받으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벤처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주가도 900선을 고비로 옆걸음을 계속하자 시장에는 ‘그나마 구조조정시장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장기투자로 승부 건다〓거래소 상장기업인 휴니드테크놀로지는 작년 7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방위산업체인 이 회사는 새로 진출한 통신사업에 실패하고 관계사 지급보증을 잘못 선 것이 원인이었다.

CRC인 코러스인베스트먼트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3자배정 유상증자 235억원, 외부차입 430억원으로 휴니드를 인수했고 회사는 13일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증자 가격은 주당 500원이었는데 법정관리 종결과 기업 회생을 재료로 주가는 2300원(20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코러스는 기존의 CRC와 달리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가치 올리기’에 충실하면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러스 신종석 대표는 “CRC는 재무구조개선 업무에만 충실하고 회사 경영은 방위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전문가에게 맡겼다”며 “새로운 경영진이 영업 및 관리분야 전문가 10여명을 고용해 회사를 철저히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팬택 박병엽 부회장이 작년에 현대큐리텔을 476억원에 인수할 때도 KTB네트워크가 인수자금의 50%를 투자하고 경영은 박 부회장이 맡고 있다.

▽과열 조짐도 나타난다〓국내업체에서 투자 규모가 가장 큰 KTB네트워크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경쟁입찰에서 경쟁자들이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내기 때문이다.

KTB 이상묵 이사는 “거래소 코스닥에 등록된 법정관리기업이 점점 줄고 있어 낙찰가격이높아지고 있다”며 “적정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가격을 써내는 곳이 많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시장이 성숙한 미국에서는 한때 ‘승리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 참가자들이 낙찰 받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데 인수 후에 그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해 망한다는 뜻이다. 이상묵 이사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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