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삼성전자 ‘기침’ 증시는 몸살

  • 입력 2002년 5월 9일 17시 57분


가히 ‘외국인 괴담’이라 할 만하다. 외국인투자자가 거래소 시장에서 거래일 기준으로 최근 12일 중 무려 11일 동안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특히 이들의 주식 매도는 한국 증시의 대표주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버리고 떠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분석한다. 실제 여러 지표를 살펴봐도 외국인투자자의 최근 매매를 ‘셀 코리아’라고까지 보기는 어려운 면이 많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가 삼성전자 한 종목을 매도한다고 해서 증시 전체가 이토록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한국 증시가 하루빨리 보완해야 할 취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셀 코리아는 아니지만〓최근 ‘셀 코리아’ 논쟁에서 핵심은 삼성전자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파는 것은 곧 이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해석.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6일까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모두 3조198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거래소 시장 전체의 외국인 순매도(2조9937억원)보다 많다.

그러나 이를 셀 코리아의 근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외국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올해 초 59.92%에서 최근 54.43%로 떨어졌다. 실제 보유지분 변화는 6%포인트가 채 안 된다.

▽삼성전자의 그늘〓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펀드 안의 보유 종목 재편과 반도체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차익실현 등의 이유로 주식을 팔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유야 어떻든 삼성전자가 한 종목의 외국인 주식 지분이 6% 남짓 변했다고 해서 한국 증시 전체가 흔들거린다는 점. 만약 외국인투자자가 한국을 떠날 생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30% 정도 팔아치운다면 한국 증시는 풍비박산이 난다.

장영수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우량주로 꼽히는 종목 숫자가 20여개 안팎이며 삼성전자 외에 한국을 인식시킬 만한 대표 기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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