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헐값매각 논란

  • 입력 2002년 4월 22일 16시 21분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메모리반도체 설비 매각을 위한 조건부 양해각서(Non-Binding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양해각서 자체가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한 조건부인데다, 매각대금으로 받게 될 마이크론 주식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헐값매각 논란이 불가피해져 최종 협상타결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양사는 22일 “하이닉스 메모리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대금으로 마이크론의 주식 1억860만주를 넘겨받기로 하고 하이닉스 잔존 비메모리 법인에는 마이크론이 2억달러(15%)를 투자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고 공식 발표했다.

이덕훈(李德勳) 한빛은행장과 박종섭(朴宗燮) 하이닉스 사장이 지난주 미국 현지를 방문해 마이크론과 마지막 협상을 벌인 뒤 전격적으로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번 MOU는 조건부 형태로 하이닉스 채권단협의회와 하이닉스 마이크론 양사 이사회가 이달 30일까지 MOU를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하며,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자동 소멸된다.

특히 설비 매각대금으로 받는 마이크론 주식의 주당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지나치게 높은 35달러로 계산돼 헐값 매각 논란이 거세게 일어날 전망이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협상 초기 40달러까지 올랐다가 21일(현지시간) 현재 29.5달러까지 급락했다. 당초 30달러도 많이 양보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국가 기반 산업을 헐값에 매각했다” 는 강한 비난여론을 몰고 올 전망이다.

그동안 설비매각을 반대해온 하이닉스 소액투자자들도 헐값매각이라는 명분에 힘을 얻어 더욱 거세게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매각협상이 최종 타결되기 위해서는 향후 본계약 체결과 미국 유럽의 반독점 기구, 하이닉스 주주총회를 포함한 관련 승인절차가 남아있어 양사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험하고 멀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양사는 5개월간의 협상으로 MOU 체결까지 이르는데는 성공했지만 향후 안팎의 거센 반발로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MOU 효력이 상실돼 협상이 사실상 끝나는 것이어서 이달말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하이닉스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메모리부문 운영을 위해 신규자금 15억달러를 장기로 대출해주기로 합의했지만 마이크론 본사의 지급보증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대출조건은 밝혀지지 않았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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