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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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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훈치고는 지나치게 비장해 보이지만 한화 임직원들에게는 이보다 피부에 와 닿는 말이 없다.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7년 말 한화그룹이 진 빚은 자기자본의 12배였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생살을 자르는 듯한 고통을 동반한 감축, 분할, 매각, 통합을 감행한 끝에 현재 한화는 두산과 함께 대표적인 기업 구조조정 성공사례로 여기저기서 인용되고 있다.
▽구조조정 신화의 주역들〓박종석(朴鍾奭) 구조조정본부 부회장은 재무부 이재3과장, 한국은행 이사, 국민은행장, 상업은행장, 은행감독원장, 증권감독원장 등을 지낸 금융권의 ‘거물’. 박 부회장은 95년 3월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영입돼 98년 6월 구조조정위원회(구조조정본부의 전신) 위원장을 맡았다. 난마처럼 얽힌 자금난의 실타래를 풀면서 금융기관들의 이해를 구해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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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1월 공채로 한국화약에 입사, 화학 건설 에너지 기계 등을 두루 섭렵한 박원배(朴源培) 구조조정본부 부회장은 구조조정 업무 가운데 ‘안살림’을 주로 챙겼다. 자상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구조조정의 폭풍 아래서 조직 안정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한편 자산을 팔기 전에 부가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제값을 받아내는 수완을 보였다는 평.
계열사 가운데서는 한화석유화학(옛 한화종합화학 원료 부문)과 한화종합화학(옛 한화종합화학 가공 부문)을 빼놓고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30년 이상 한화의 석유화학 부문에 몸담아온 신수범(愼秀範) 한화석유화학 사장은 한화바스프우레탄 등의 지분과 비(非)주력 사업부문을 해외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또 한화석유화학과 한화종합화학의 분할 작업도 부작용 없이 마무리했다.
추두련(秋斗連) 한화종합화학 사장은 수익성이 낮아 그룹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였던 이 회사를 단기간에 알토란같은 회사로 바꿔놨다. 영업에 대한 현장감각이 그룹 안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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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오늘’을 떠받치는 주역들〓한화의 ‘오늘’을 만들어온 부문은 화약 유화 건설 무역 유통 부문 등이다.
노경섭(盧敬燮) ㈜한화 부회장은 화약 무역 건설 등 3개 사업부문으로 이뤄진 ㈜한화를 총괄하고 있다. 노 부회장은 기획과 인사 등 관리에 밝으며 94년부터 96년까지 그룹비서실장을 지냈다. 선이 굵으며 아랫사람을 믿고 일의 전권을 맡기는 스타일.
97년 ㈜한화 화약부문 경영을 맡은 이순종(李淳鍾) 사장은 5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회사의 사장에 취임한 첫해부터 줄곧 흑자를 내왔다. 화약과 방위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농약 등 정밀화학산업과 프린터사업 등을 과감히 매각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김지환(金志煥) ㈜한화 무역부문 사장은 한국화약 싱가포르지사장, 한화 도쿄지사 상무, 한화종합화학 뉴욕지사장, FAG한화베어링 영업담당 상무 등을 거친 ‘국제영업통’이다.
역시 ‘국제영업통’으로 꼽히는 김현중(金玄中) ㈜한화 건설부문 사장은 오피스텔브랜드인 ‘오벨리스크’와 아파트브랜드인 ‘엘르빌’로 공격적인 영업을 해 지난해 분양시장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김정(金正) 한화유통 사장은 99년 부임한 뒤 경영을 흑자로 전환시켰고 대전 동양백화점 2개점을 인수, 이익을 내는 회사로 바꿔놨다. 일본에서 30년간 생활한 일본전문가. ‘말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화의 ‘미래’를 책임진 주역들〓한화가 장래성을 보고 점차 무게를 싣고 있는 분야는 금융 레저 정보기술(IT)부문 등이다.
우선 한화는 최근 대한생명 인수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마무리협상을 남겨놓은 상태.
재정경제원 국제금융담당관과 금융정책과장 등을 지낸 진영욱(陳永郁) 한화증권 사장은 정부와의 대한생명 인수 협상에서 적잖은 역할을 맡고 있으며 앞으로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교 동기생인 김승연(金昇淵) 회장이 진 사장에게 “공부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나와 만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결국 실현됐다.
안창희(安彰熙) 한화투자신탁운용 사장은 99년 취임 당시 채권형 펀드의 부실이 심했으나 꾸준한 위험관리를 통해 안전도를 크게 높였다.
성하현(成夏鉉) 한화국토개발 부회장은 레저부문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성격이 온화하고 직원들의 경조사에 빠짐 없이 참석할 만큼 정(情)도 많다. 현재 한국휴양콘도미니엄 협회장을 맡는 등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최욱락(崔旭洛) 대덕테크노밸리 사장은 공격 경영으로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사장단 회의에서 나쁜 실적을 내놨을 때 김 회장이 나서 “유리창을 닦다가 깬 사람은 나무랄 수 없다”고 두둔했을 정도.
IT전문가로 미국 드럭셀대 교수 출신인 이청남(李淸南) 한화 S&C 사장은 창의성과 자유분방함을 존중한다. 회장실에 들어갈 때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한화개발 프라자호텔 황용득(黃容得) 총지배인은 호텔 국가고객만족도조사에서 프라자호텔이 4년 연속 1위를 하도록 이끈 주역. 1년 내내 직원들과 삼겹살로 저녁을 들면서 닦은 인화(人和)가 서비스경쟁력의 비결이라고 한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 한화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 |||||
| 회사 | 직위 | 이름 | 나이 | 학력 | 출신지 |
| 구조조정본부 | 부회장 | 박종석 | 66 | 홍성고-고려대 법학 | 충남 보령 |
| 구조조정본부 | 부회장 | 박원배 | 64 | 진주고-서울대 경제 | 경남 진주 |
| ㈜한화 | 부회장 | 노경섭 | 62 | 진해고-서울대 경제 | 경남 창원 |
| 한화국토개발 | 부회장 | 성하현 | 62 | 경복고-서울대 상학 | 충남 아산 |
| 한화유통 | 사장 | 김 정 | 59 | 경기고-서강대 경제 | 서울 |
| 구조조정본부 | 사장 | 김연배 | 58 | 경기고-서울대 경제 | 경기 수원 |
| 한화석유화학 | 사장 | 신수범 | 61 | 경남고-한양대 화공 | 경남 거창 |
| ㈜한화 화약부문 | 사장 | 이순종 | 59 | 경기고-서울대 법학 | 충북 진천 |
| 한화종합화학 | 사장 | 추두련 | 60 | 광주고-한양대 화공 | 전남 구례 |
| 한화증권 | 사장 | 진영욱 | 51 | 경기고-서울대 경제 | 부산 |
| 대덕테크노밸리 | 사장 | 최욱락 | 58 | 양정고-인하대 광산공학 | 경기 용인 |
| ㈜한화 무역부문 | 사장 | 김지환 | 58 | 경동고-고려대 행정 | 충남 보령 |
| ㈜한화 건설부문 | 사장 | 김현중 | 52 | 서울고-서울대 공업교육 | 인천 |
| 한화투신 | 사장 | 안창희 | 54 | 천안고-서강대 수학 | 충남 천안 |
| 한화S&C | 사장 | 이청남 | 52 | 서울고-서울대 전기 | 서울 |
| 한화개발 | 총지배인 | 황용득 | 49 | 중앙고-고려대 산업공학 |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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