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외국기업들 "새영역에 눈떠라"

  • 입력 2002년 4월 1일 18시 13분


‘잠자는 자산을 깨워라.’

자동차업체 ‘포르셰’가 생산하는 자동차 모델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포르셰에는 고급 스포츠카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자동차 엔지니어가 2000여명이나 있다. 경영진은 포르셰 자동차를 만드는 데만 활용되던 연구개발(R&D) 역량을 폴크스바겐 등 다른 자동차 업체도 활용토록 했다. 이 서비스 사업으로 연간 약 3000만달러의 추가 매출이 생겼다.

전략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달, 해외 유수 기업들이 ‘숨은 자산 찾기’로 톡톡히 수익을 올리는 사례를 보고서로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토지 공장 기계 등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 외에 인적자원 지적재산권 등을 발굴하기 위해 자산 목록을 재점검한다. 이 ‘포괄적 자산목록’은 사업 아이디어로 연결된다.

BCG에 따르면 미국의 ‘듀폰’사는 매년 350여건의 특허권을 등록·재등록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들여왔다. 재등록된 특허의 상당수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듀폰은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을 핵심적인 것, 듀폰에는 필요없지만 제3자에게는 유용한 것 등으로 구분했다. 11개 기업과 함께 특허권을 사고 파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열어 등록비만 잡아먹던 특허를 팔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IBM 소니 등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는 것에도 주목한다. 하드웨어에서의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서비스 사업의 자산이 되는 것.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는 원가가 9만5000엔이지만 한국에서 38만원에 판매된다. 1대를 팔 때마다 60만원 가까이 손해 보는 셈. 소니는 이 손실을 100여개의 PS2용 게임 소프트웨어로 만회한다. 손해를 보면서라도 하드웨어를 많이 보급하는 것이 이후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컴퓨터 제조업체로 알려진 IBM도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컨설팅 등 서비스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기업의 정보화가 복잡해지면서 서버나 컴퓨터 등 정보화기기를 볼펜이나 책상 팔듯이 판매할 수가 없어진 것. e비즈니스 솔루션 구축, 시스템 통합, 유지보수, 금융 솔루션 구축, 정보기술 최적화 등 IBM의 하드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 함으로써 하드웨어 판매를 늘릴 수 있다. 물론 별도의 서비스 매출도 올리게 된다. 전 세계 IBM직원 약30만명 중 절반가량이 서비스 인력. 지난해 IBM의 서비스 매출은 전체 매출의 41%에 달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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