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이사람]‘I am F’ 애널리스트 동원증권 강성모팀장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45분


97년 11월 22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나온 다음날 여의도 증권가에는 한 편의 보고서가 나왔다.

‘I am F’(나는 F학점을 받았다)라는 제목의 시황 분석 자료. 내용은 외환위기의 본질을 미리 간파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는 한 투자전략가의 반성이었다. 이 보고서는 이후 ‘맞으면 내 덕분, 틀리면 모른 척’하는 관행이 뿌리깊어진 한국 증시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솔직히 고백한 의미 있는 보고서로 기억된다.

이 글의 주인공은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40). 지금도 거침없는 소신 피력으로 증권가에서는 대표적인 ‘비주류’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애널리스트와 달리 증권가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것은 펀드매니저나 언론사 기자들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 억센 말투에다 나긋나긋함과는 거리가 먼 그의 성격 탓에 그는 아직도 스타 애널리스트로 평가받지 못한다.

그러나 동료 애널리스트 사이에서의 평가는 다르다. 늘 반성하는 태도, 그리고 보고서 하나에도 완벽한 논리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 덕분에 “강성모가 하는 말은 믿을 수 있다”는 동료가 적지 않다.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남이 쉽게 찾을 수 없는 면을 먼저 발견하고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던져주는 진지한 애널리스트”라고 그를 평가한다.

애널리스트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묻자 그의 대답은 “없다”였다. 대신 가장 부끄러웠던 경험을 물었다.

“늘…항상 그렇죠. 주가 흐름을 앞서가지 못하고 뒤따라가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증시의 중요한 고비를 미리 알려주지 못할 때 부끄럽고 힘이 듭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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