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D램 '제값받기'가 급선무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59분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D램 사업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발표된 뒤 관련업계는 물론 정부부처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D램 사업 매각에 따른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대표 산업이 외국에 넘어가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국민경제 전체를 짓눌러왔던 하이닉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견해가 아직은 우세하다.

▽D램 설비 왜 외국업체에 파나〓하이닉스측은 이번 잠정합의를 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의 고육책이라고 강조한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D램 사업 매각합의에 이르기 몇 달 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측에 설비 인수를 요청했지만 두 회사로부터 모두 거절당했다. 하이닉스구조조정특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하이닉스 쪽에서 삼성과 LG를 수차례 찾아가 D램 사업 인수를 요청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D램 사업을 축소해 나가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선뜻 부채까지 떠안아 가며 설비를 사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LG도 이미 포기했던 D램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결국 국내에서 마땅한 인수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서 D램 설비를 탐내는 마이크론에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국부(國富) 유출이냐, 해법(解法) 찾기냐”〓하이닉스의 D램 설비 매각을 두고 일각에서는 “20여년간 공들여온 한국의 대표 산업인 D램을 포기할 경우 국가 경제의 축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D램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로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크고 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나 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부유출 주장은 하이닉스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한가한 소리”라며 “양사간의 매각 합의를 해법 찾기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설비도 국내에 남아 있고 인력도 승계되기 때문에 산업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D램에서만 매달 1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는 하이닉스에 추가 자금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명분만 앞세운다면 한국 경제는 내년에도 하이닉스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값 받기’가 향후협상 최대 과제〓특위측은 향후 협상에 대해 “한쪽이 손해보는 거래는 발생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미 여러 차례 실사를 거쳐 자산가치가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됐기 때문에 양측이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산업연구원 장윤종(張允鍾) 디지털경제실장은 “채권단 정부 하이닉스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협상에 나서야 헐값 매각을 방지할 수 있다”며 “당장의 산업가치 이외에 미래가치까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이 최근 시간이 흐를수록 하이닉스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하이닉스 반도체의
주요 생산라인(FAB)현황
구분주요 생산품목 향후 계획
이천
본사
(5개)
D램 전용 (2개)
SRAM, FLASH 메모리 (1개)
D램 비메모리 혼용 (1개)
비메모리 전용 (1개)
매각
독자생존
일부매각
독자생존
청주
사업장
(5개)
D램 전용 (2개)
비메모리전용 (2개)
D램 비메모리 혼용 (1개)
매각
독자생존
일부매각
구미
사업장
(2개)
비메모리 전용 (2개)독자생존
미국
유진공장
(1개)
D램 전용 (1개)매각
*()안은 생산라인 수 (자료:하이닉스반도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