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법개정 편법 추진…일부 국세공무원에 무시험 세무사 자격증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11분


작년 말 현재 재정경제부 세제실과 국세청에 근무한 직원들은 나중에 일정 요건만 갖추면 시험 없이 세무사 자격을 받는 방안을 재경부가 석연치 않게 추진해 의혹을 사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달 20일 ‘국세공무원 경력자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도 폐지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을 존중하여 관련 규정을 보완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세무사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헌재 결정이란 1999년 말 정부가 세무사법을 개정하면서 2000년 말 현재 5급 이상의 국세공무원 경력이 5년 이상이며 총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고 이후 폐지토록 한 데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 헌재는 “2000년 말 현재 5급 이상의 세무공무원으로 근무기간만 채우면 세무사 자격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은 배려해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재경부가 작년 말 현재 6급 이하 국세공무원에게도 요건을 채우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재경부는 이에 따른 반발을 막기 위해 ‘연막(煙幕)’을 피웠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재경부 담당자는 본보가 취재에 나서자 14일까지 “5급 이상만 자격을 주는 방안과 6급 이하까지 자격을 주는 방안 등 복수안을 마련, 규제개혁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고 말해왔다. 그는 “재경부가 선호하는 안은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규개위 담당자는 “재경부가 10일 제출한 안은 6급 이하까지 자격을 주는 단일안”이라면서 “이에 따른 영향이나 찬반의견 등이 첨부돼 있지 않아 보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규개위 담당자는 또 재경부가 입법예고를 할 때 분명히 6급 이하까지 자격을 준다고 명시하지 않고 ‘헌재 결정을 존중해 관련 규정을 보완한다’고 모호하게 표현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세무사고시회 박상근(朴相根) 회장은 “세무공무원들은 지금도 시험과목 면제혜택을 받고 있다”며 “6급 이하 세무공무원도 시험 없이 자격을 준다는 것은 개혁후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담당자는 “입법예고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확정된 안이 없었기 때문이며 찬반 의견은 너무 많아 첨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