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만년필 '워터맨 세레니떼' 글쓰기엔 아까운 '예술筆'

  • 입력 2001년 12월 6일 17시 31분


한국에서 만년필 하면 파커나 몽블랑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만년필의 원조는 파커가 아니라 워터맨이다. 워터맨은 만년필을 세상에 선보인 미국인의 이름이다. 그가 만년필을 발명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1883년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은 중요한 계약을 따냈다. 그는 고객이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당시에 많이 쓰던 깃털 펜을 건네줬다. 그런데 고객이 서명하려는 순간 펜에서 잉크가 떨어져 계약서가 엉망이 됐다. 당황한 워터맨이 다른 종이를 가져오려 했지만 고객은 불길한 징조라며 계약을 취소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워터맨은 잉크가 떨어지지 않는 펜을 만들겠다고 작정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만년필. 이후 워터맨 만년필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필기구의 역사를 바꿨다.

1900년대 초반 워터맨 만년필은 세계사를 기록하는 펜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지켰다. 1919년 6월 베르사이유조약 때도 워터맨 만년필이 사용됐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도 워터맨 만년필로 비행일지를 작성했다.

이같은 워터맨의 기술력과 전통을 집대성한 제품이 ‘세레니떼’(사진)이다.

‘세레니떼’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디자인. 사용자가 펜을 손에 쥘 때 편안하도록 만년필 몸통을 깃털 펜처럼 유선형으로 휘게 하고 가운데보다는 펜촉과 끝 부분이 두껍게 설계했다.

또 몸통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검은색 아크릴 재질로 만들고 펜촉 가까운 손잡이에는 2㎝ 넓이로 은을 덧씌운 뒤 무명실을 감은 듯한 무늬를 수공으로 새겨 넣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보문고에서 워터맨 만년필 판매를 맡고 있는 조주현씨는 “세레니떼는 세련된 디자인 때문에 고가품(개당 177만원)인 데도 20∼30대 젊은층, 특히 여성들이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백금으로 도금한 18K 금 펜촉은 글을 쓸 때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느낌을 가지도록 설계됐다. 펜촉으로 중간 굵기(0.8∼1.2㎜)를 많이 쓰게 하는 이유도 이 같은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워터맨 만년필을 한국에 독점 수입 판매하는 ‘항소’의 설진미 대리는 “세레니떼는 워터맨이라는 회사 이름을 몸통에 새긴 첫 제품일 정도로 워터맨이 자랑하는 제품”이라며 “필기용보다는 소장용으로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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