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테팔' 프라이팬 유럽에서도 팔립니다"…웨슬러 사장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44분


“기업경영은 기업경영이거든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말처럼 언뜻 황당하게 들린다.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 등 ‘테팔’브랜드로 유명한 세브코리아의 리차드 웨슬러사장(31)은 자동차 제약 보석 주방용품 생산업체들과 대기업 전략기획팀을 거쳤다.

“명품이건 자동차건 프라이팬이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영의 기본이 있어요. 제품 이해 못지않게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냄비바닥 가열처리 공학에 대한 전문가는 주부처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프라이팬 하나를 들어보이며 웨슬러 사장은 “프라이팬이라고 다 같은 프라이팬이 아니다”고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산이라고 다 같은 산이 아니라는 말인가.

“소비자를 알게 되면 제품이 다 같을 수가 없어요. 프랑스용 프라이팬은 넓적한 크레프 등의 요리에 적합하도록 평평하고 미국용은 옆면이 수직에 가깝죠. 이 프라이팬은 한국용으로 개발했는데 볶음요리나 잡채 등에 편하도록 옆이 높고 둥글어요.”

그 프라이팬은 유럽에서도 ‘코리안 프라이팬’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올해초 나온 녹색 프라이팬과 이달 선보인 와인색 프라이팬도 한국용.

“한국주부들은 유행하는 의류·패션 컬러와 같은 색의 프라이팬을 사더군요. 올가을 패션컬러가 와인색이라 와인색 프라이팬을 만들었죠.”

곧 한국시장을 위한 불고기 전용 전기조리기구도 나올 예정. 제품 아이디어는 각국에서 내지만 개발과 생산은 모두 프랑스에서 이뤄진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측면도 있고 특수코팅 등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 기술자들이 최근 불고기연구를 많이 했죠. 요리를 알아야 도구를 디자인하니까요.”

세브코리아 직원의 80%는 여성. 세브코리아의 고객이기도 하다. 여성은 아니지만 웨슬러사장도 직원 야유회를 가면 직접 각종 요리를 할 정도의 요리사다. 된장찌개나 김치볶음밥 솜씨도 수준급.

웨슬러사장은 포드자동차 판매매니저, 워너램버트 제약회사 재무담당 등으로 일했고 뉴욕대 경영학석사를 마친 뒤 삼성그룹의 글로벌전략팀에서 97년부터 99년까지 그룹내 업무재조정컨설팅을 담당했다. 지난해부터 세브코리아 사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요즘은 다음해 최고급주방용품 브랜드 로벤타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들여오는 일에 몰두 중이다.세브그룹은 1857년 프랑스에서 주전자를 만드는 업체로 출발해 주방용품·소형가전제품 최고브랜드인 테팔 칼로 로벤타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프라이팬 다리미 전기그릴 등에서 세계시장점유율 1위다. 지난해 매출은 약120억프랑(약3조원). 세계 3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한국법인은 97년 설립됐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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