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자구계획 이행 못하면 내년초 자금난"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8분


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에 6500억원을 새로 지원하더라도 설비 매각 등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다면 내년초에 또 다시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반도체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인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1일 “하이닉스가 경쟁력이 있는 5개 팹(FAB)을 회로선폭 0.15㎛ 라인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매월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내년 9월까지 2조원의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며 “이번 채권단의 지원액으로는 3∼4개월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또 “총 15개 팹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10개를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하지 못하면 하이닉스는 다시 어렵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의 김영준(金泳埈) 책임연구원도 “3·4분기에 5310억원의 영업적자와 1조6200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고 D램 가격이 연말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6500억원의 신규 자금은 내년초까지 목숨을 유지해주는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1∼7월 만기가 돌아오는 1조6000억원의 회사채에 대한 차환발행 논의도 지금부터 진행돼야 하며 해외판매법인에서 발생한 5460억원의 손실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실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장윤종(張允鍾) 디지털경제실장은 “2003년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다고 가정할 때 하이닉스가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여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채권단이 하이닉스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 더욱 과감하게 새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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