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일부 라인 국내 매각될 듯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6분



하이닉스반도체의 일부 메모리칩 생산라인이 국내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컨소시엄은 ASIC설계회사협회 회장사이기도 한 아라리온이 주축이 돼 EMDT ECT INC 등 국내 7, 8개 ASIC 업체로 구성되며 이달 말경 법인 형태로 정식 출범한다.

컨소시엄측은 “ASIC 업체들이 비메모리칩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기 위해 하이닉스 구미공장의 비메모리 팹(FAB) 2개를 2500억∼4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하이닉스와도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본 상태”라고 밝혔다.

구미 팹은 회로선폭이 다른 팹에 비해 노후됐기 때문에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설비 매각에 따른 부담을 줄이면서 구조조정과 현금유입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이 컨소시엄에 하이닉스의 생산설비 일부가 매각되면 중국과 진행 중인 설비 매각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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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하이닉스의 전인백(全寅伯) 부사장은 2일 “국내 업체와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측의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으려는 대만 반도체업체들과 투자이익을 얻으려는 미국의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들을 상대로 내달 초 미국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3000억원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후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1700억원과 초기 운전자금 1300억원 등 부족액은 정부지원과 국내 기관들의 투자로 충당할 계획이다. 하이닉스가 컨소시엄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매각대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현재 논의중이다.

전자와 기계시스템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문받아 설계하는 ASIC 업체들이 하이닉스의 설비를 인수하려는 것은 안정적인 위탁생산 기반을 확보해 주문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위한 것. 컨소시엄측은 하이닉스의 설비를 인수하면 연간 1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면서 ASIC 업체들도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ASIC 컨소시엄이 하이닉스의 노후설비를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사업성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여부는 조심스럽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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