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은행만 하이닉스 신규 자금지원

  • 입력 2001년 10월 27일 00시 40분


국민 주택 신한 등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요 채권은행들이 자금 지원을 끝까지 거부함에 따라 외환 산업 한빛 조흥 등 4개 은행만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하는 은행들의 여신을 대신 맡고 외환 한빛 조흥 등 3개 은행이 신규자금 1조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을 거부하는 은행들은 하이닉스채권단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그러나 일부 은행만이 지원하는 방식은 하이닉스 지원을 반대하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6일 “3개 은행이 하이닉스 신규자금 지원에 끝까지 반대한다면 산업은행이 이들 여신을 시가(市價)로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지원안은 여신액이 큰 국민 주택 신한 외환 한빛 조흥 산업 등 7개 은행이 합의해야 75% 이상 동의를 얻어 통과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국민 주택 신한은행은 보유 채권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신규 지원은 못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지원에 반대하는 은행의 여신을 시가로 넘겨받아 지원을 결정하기 위한 채권비율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이 법에 따르면 자금지원안을 반대하는 금융기관은 보유채권을 채권단에 시가로 팔 수 있는 권한인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청구가격은 11월 말로 예정된 정밀실사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국민(4097억원) 주택(1721억원) 신한(4006억원) 등 3개 은행 여신액은 9824억원이나 되지만 실사 결과 하이닉스의 청산가치가 장부가액의 30%로 나오면 산업은행은 이 여신을 3000억원에 매입해 출자전환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에 나와 있던 출자전환 4조원, 신규자금 지원 1조원의 하이닉스 지원안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 주택 신한은행의 결정으로 보유 여신액이 적은 한미 하나 등 나머지 은행들도 잇따라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6월 이 같은 방식으로 현대건설 여신을 정리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여신액이 적은 은행들은 반도체경기 회복을 믿고 신규 지원에 나서기보다는 대손충당금을 50% 수준까지 쌓고 손을 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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