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발넓은 최고경영자들, 민간외교관으로 뛴다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51분


평소 기업활동을 통해 국제적 교분을 쌓아온 CEO(최고경영자)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민간외교관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외국의 유력 정치인들을 초청해 통상마찰 등 현안에 대한 한국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각종 국제기구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재계에서 ‘미국통’으로 꼽히는 한화 김승연 회장(한미교류협회 의장)은 미국 공화당 부총무인 톰 딜레이 하원의원 등 의원 3명 부부와 보좌관 등 9명을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일정으로 한국에 초대했다. 이들은 27일 서울 용산 미8군부대에 이어 청와대를 방문했으며 28일에는 주한 미 상공회의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한미교류협회는 김 회장이 올해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미국측 인사들에게 한미 양국의 우호관계를 다지고 민간 차원의 협력을 본격화하자는 취지로 제안해 설립된 단체.

한화측은 “미국의 여론지도층에게 한국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민간부문의 교류를 뒷받침하다 보면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11월에는 미국 의회의 수석 입법보좌관 10여명을 초청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풍산 류진 회장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7월말 방한했을 때 기업인으로는 이례적으로 환영 만찬에 초대받을 정도로 미국 고위층과 끈끈한 친분을 갖고 있다. 선친인 고 류찬우 창업회장 때부터 공화당 인맥과 교분을 이어온 류 회장은 파월 장관이 97년 발간한 자서전 ‘나의 미국여행(My American Journey)’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2010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으로 뛰고 있는 것도 기업인이 민간 외교관으로 나선 대표적인 사례. 효성 조석래 회장은 내년에 미국 일본 중국 등 20개 국가의 110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는 태평양경제협의회(PBEC)의 회장으로 취임하기에 앞서 2003년 총회를 서울에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용오 두산 회장은 10월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경제인포럼(AEBF)에 한국측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두 대륙간의 기업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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