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 부활' 회의실 표정]"언론자유 침해" 찬반 고성

  • 입력 2001년 4월 14일 01시 29분


5시간에 걸친 열띤 ‘마라톤 회의’는 박수 한번으로 끝났다. 힘든 결론을 낸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은 밤 9시경에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 회의실을 떠났다.

○…공정거래위가 상정한 신문고시안 수정안은 당초 예상대로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시행시기와 무가지 비율 등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일부 민간위원들은 “신문고시 부활은 신문업계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규개위 회의로서는 드물게 표결까지 가는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참석자 전원에게 돌아가며 발언기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시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부측 위원들과 조속한 시행에 반대하는 민간 위원들은 문밖으로 고성이 새어나올 정도로 격론을 벌였다. 또 자율규약을 어디까지 존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민간위원과 정부측이 논란을 벌였다.

오후 7시반경 회의실 밖으로 나온 국무조정실의 한 사무관은 “위원들의 의견 차가 너무 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긴박한 회의실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10분의 휴식시간 동안 회의실 밖으로 나온 정부와 민간 위원들의 얼굴은 대부분 굳어 있었다. 위원들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답을 피했다. 회의장 주변에서는 “끝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표결로 결판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해결의 가닥이 잡힌 것은 오후 8시경. 문앞에서 기자들의 접근을 막던 국무조정실 직원들도 회의실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8시반경 문밖으로 새어나온 박수소리가 신문고시 제정을 알렸다. 결국 논란을 거듭한 끝에 위원들은 신문업계의 자율을 내세우되 내용은 당초 공정위 안을 관철하는 방향에서 신문고시를 부활시키기로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들은 “의결된 사안에 대해 재심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문고시안이 부활된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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