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대표부 보고서]정부 "혹평 사라졌다" 안도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37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연례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를 접한 국내 기업들과 무역관련 단체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경제상황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경우 한국정부와 기업으로서는 ‘미국에 줄 마땅한 선물’이 없어 고민해왔다.

한국정부는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불법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수입자동차 보유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나름대로 미국정부에 성의를 표시했다.

이런 노력이 작용한 덕분인지 이번 보고서의 무게중심은 미국의 무역적자폭이 큰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에 두어졌고 ‘한국은 기업활동하기에 어려운 시장’이라는 매년 등장하던 혹평도 자취를 감췄다.

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보고서를 접한 뒤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를 문제삼은 것 외에 추가적으로 걸고 나온 것은 없다”며 “조지 W 부시 정부가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자국내 업계의 불만제기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행동은 취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현대전자 문제도 이를 쟁점화하기보다는 경고성 ‘지적’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에서 ‘부시정부가 예상보다 통상압력 수위를 높이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는 없다.

이번 보고서는 클린턴정부 시절의 통상현안에 대한 정리차원에서 나온 것이고 1년 정도 각 국의 무역관행과 개방노력을 점검, 부시정부의 구체적인 통상정책 방향을 확정한 뒤 금년말이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상압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미국 업계의 목소리가 높은 자동차와 철강에 대해서는 언제 미국정부가 ‘총’을 빼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부시정부의 통상정책이 구체적인 뼈대를 갖추기 전에 미국의 행정부, 의회, 업계를 대상으로 한 인맥구축과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노력이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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