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빈소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이총재 일행이 조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기 직전 JP가 빈소에 도착해 이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그러나 분위기는 냉랭하고 어색했다. 이총재는 아무 말 없이 JP와 가볍게 악수만을 나누고 자리를 떴다.
이총재는 “연세로 봐서 아직 좀더 많이 일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깝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JP는 “이 나라의 거성이 하나 떨어졌다”며 “국민장(國民葬)으로 모셔야 마땅한 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날 저녁 빈소를 찾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고인께서 하신 것처럼 우리 경제가 큰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상주들에게 당부했다.
○…전직대통령 중에는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김 전대통령은 상주인 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회장에게 “(고인이) 그동안 너무 무리를 하신 것 같다”고 위로했고, 정회장은 “바쁘신데 와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함께 분향한 후 “고인이 ‘88 서울올림픽’ 유치와 한강 개발에 큰 역할을 하셨다”며 “대통령선거 출마를 안 했으면 좋았는데 그 때문에 건강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는 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 김한길문화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조문을 한 뒤 상주들에게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의 역사가 더 빛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진념(陳稔)경제부총리와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 박재규(朴在圭)통일,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 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 장관 등도 빈소를 찾았다.
박근혜(朴槿惠·한나라당)의원은 동생인 박지만(朴志晩)씨와 함께 빈소를 방문,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과 고인간의 일화를 회고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 대변인들도 추도 논평을 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고인은 빈곤의 한 세기를 국민과 함께 넘어온 위대한 경제인”이라고 추모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21일 밤 구두 논평에선 “고인이 노년에 이르러 정치 개입 실패와 지나친 대북 접근 등으로 쌓아온 업적을 잘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고 평했으나, 이날 공식 논평에선 “‘현대 신화’를 창조한 그의 업적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원·윤종구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