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주역서 검찰수사표적으로…대우 런던스쿨멤버들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21분


검찰의 대우그룹 경영비리 조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대우그룹의 ‘런던스쿨’ 멤버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런던스쿨’이란 영국 런던에 있는 ㈜대우 지사의 별칭.

이들은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의 ‘세계경영’에 수족과 같은 역할을 했던 자금담당자들이다. 이들은 한때 놀라운 금융기법을 과시하며 세계경영의 고비마다 자금줄을 터 왔다. 이같은 활약 덕분에 김 전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대우그룹을 움직이는 실세가 된 것은 당연한 일. 이들은 런던지사의 자금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인물이 이번에 검찰에 구속된 강병호 전 대우차 및 대우통신 사장. ㈜대우 근무시절 런던지사에 10년 넘게 있었으며 사내 최고의 금융 베테랑이었다. 산업은행에서 해외금융 업무를 맡다가 75년 대우에 입사한 강 전사장은 해외 선진 파이낸싱 기법을 동원해 저리의 자금을 대우에 수혈했다.

김 전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초고속 승진신화의 대명사인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도 멤버중 하나. 추사장은 ㈜대우에서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 전무 등을 지냈으며 95년 45세의 나이로 대우중공업 종합기계부문 사장이 됐다. 그는 런던에 있을 때 앤터워프 정유공장 인수 프로젝트를 주도해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대우 워크아웃 직전까지 런던지사를 지킨 이동원 전 부사장도 대우차와 ㈜대우를 넘나들며 그룹의 유럽내 사업을 총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구속된 이상훈 전 ㈜대우 전무도 런던스쿨 출신.대우 관계자는 “런던스쿨은 70년대 중동건설붐이 일 때 ㈜대우가 런던을 중심으로 자재를 일괄적으로 구매하고 자금을 조달하면서 본격적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런던스쿨 멤버들은 사실상 대우를 움직이는 중추신경이었고 한때 막강한 금융기술로 재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99년 대우사태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어 개인운명이 대우그룹의 영욕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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