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청문회 사실상 무산…나흘째 공전

  • 입력 2001년 1월 19일 20시 13분


109조6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운용실태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증인신문 방식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으로 19일 나흘째 공전,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날 오전 단독으로 회의를 열어 1시간여 동안 한나라당의 청문회 불참을 집중 성토한 뒤 정회했고, 한나라당은 특위위원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증인신문방식을 내세워 청문회를 무산시켰다”고 비난하는 등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청문회 무산사태는 여야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당리당략에만 집착한 결과로, 명백한 직무유기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여당은 이날 출석할 예정이었던 전 현직 경제각료를 감싸기 위해 개별신문 방식에 집착했고, 야당은 청문회를 거부하고 폭로성 발표를 통한 정치공세에만 치중해 정치권 스스로 ‘정부감시’라는 국회의 본연의 임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공적자금정책에 대한 전 현직 재경부장관의 말 바꾸기 경위를 밝히는 것이 포함돼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 일괄신문방식을 통해 대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나, 국민적 관심사인 청문회를 무산시킨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실련도 논평에서 “국민의 피와 다름없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명하게 운용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청문회의 과제였다”며 “이러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한심스러운 작태로 인해 정치권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함을 넘어 절망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양세진(楊世鎭)부장은 “청문회가 무산되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기관들이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청문회가 다시 열린다면 직무유기행위를 저지른 이번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모두 교체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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