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새해 출장 파견자 포부…현대생명 기획팀 이종섭 과장

입력 2001-01-04 19:38수정 2009-09-21 12:32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며칠째 이어지는 살을 에는 듯한 날씨가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에 몸담고 있는 샐러리맨들의 체감 온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작년 3월 일부 부실 생명보험사를 인수합병하여 새롭게 출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구조조정이라는 혹풍에 휘말릴 어려움에 처해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회사가 날이 갈수록 견실해져 가는 모습을 가장 큰 보람과 자랑으로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아온 3,000여 생활설계사를 비롯한 직원들에게는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직장을 구해 불과 몇 개월 전에 입사한 우리 팀의 막내 사원은 자신이 이 회사의 마지막 입사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풀이 죽어 있고, 고객서비스 여직원들은 “어찌 된것이냐”는 고객들의 항의에 오늘도 곤혹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희망의 징후는 회사 곳곳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언 손발을 녹여주는 화톳불 같은 동료들간의 우정이 그렇고, 내일 회사가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고객과의 계약은 끝까지 지켜나가겠다는 약속의 소중함을 믿는 사람들이 그렇다.

지난 연말, 우리 팀원들은 아주 특별한 새해 선물을 받았다. 한 직원이 건넨 곱게 접은 봉투 안에 들어 있던 500원 짜리 복권 한 장, 그 복권 한 장에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슴속에서 울리고 있을 희망의 종소리만은 잊지 말자는 무언의 기원이 담겨 있었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을 만든다고 어느 노시인은 말했지만, 지금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것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저녁 밥상에 마주 앉을 수 있는 퇴근 후의 시간, 적어도 내가 다니던 직장이 하루아침에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없는 아주 소박한 평균율의 행복이다.

오늘도 한 건의 계약이라도 더 만들어내기 위해 언 발을 구르며 추운 새벽시장을 누볐을 신입 설계사의 눈빛이 지금 이 순간에도 또렷이 떠오른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