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교통통신비 9%나 증가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42분


도시근로자가구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경기가 움츠러들면서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도시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은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위기 전의 90%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 동향’을 발표, 도시근로자들의 살림 여건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질소득은 환란 전에 크게 못미쳐〓가구당 한달 평균 소득은 244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늘었지만 2분기 때 증가율 10.9%보다는 낮아졌다. 물가를 감안해 95년 가격으로 평가한 실질소득은 199만7000원으로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수치는 IMF 관리체제 이전인 97년 3·4분기 실질소득의 90.7%에 불과한 것. 올해 경제성장률은 9%로 전망되는 등 거시지표는 좋지만 도시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소득’은 이처럼 얼어붙은 상황이다.

▽돈 쓸 곳은 늘어난다〓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도 함께 움츠러들고 있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7.0%로 4분기 연속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공공요금 인상과 교통 통신비가 늘어나 돈 쓸 곳이 많아졌고 외식과 오락에 대한 씀씀이도 커지면서 지출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선 것이다.

3분기 중 도시근로자들의 가구당 한달 평균 가계지출은 187만2000원으로 9.4% 늘어나 같은 기간 소득증가율 8.6%를 앞질렀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73.8%로 1년 전 수치인 73.1%보다 약간 높아졌다. 이처럼 소비가 늘어난 것은 수도요금 인상으로 광열수도비가 23.4%나 늘어난 데다 이동전화요금 등 교통통신비가 9.3% 늘었기 때문. 외식비와 교양오락비도 각각 25.0%와 21.1%가 늘어 씀씀이가 커졌다.

▽빈부격차는 별로 개선되지 않아〓빈부격차는 별로 해소된 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불평등함을 나타내는 지니(Gini)계수는 3분기에 0.310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이 수치는 0.310으로 같아 소득분배구조가 별로 나아진 게 없음을 보여준다. 소득수준 상위 20%가 차지하는 소득을 하위 20% 이하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5.20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5.29와 2·4분기 5.28보다는 나아졌지만 정부가 연초부터 추진한 중산서민층 안정대책의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통계청 허진호(許進鎬) 사회통계과장은 “4·4분기와 내년 1·4분기는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영향을 받아 실업자가 늘어 소득분배구조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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