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지분매각 무산 위기

  • 입력 2000년 12월 5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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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자회사인 파워콤의 지분매각이 부처간 이견 때문에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조5000여억원에 이르는 국영자산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됐다.

5일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한전에 따르면 최근 한전의 자회사인 파워콤 인수 후보기업들이 잇달아 입찰포기를 선언하면서 당초 목표인 파워콤 지분 30%의 연내매각이 어렵게 됐으며 최악의 경우 매각 자체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 유상부 회장에 이어 LG 강유식 구조조정본부장이 지난달 파워콤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최태원 SK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주당 3만2000원에 이르는 파워콤 주식값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굳이 SK가 막대한 현금을 투입해가면서 파워콤을 직접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혀 사실상 인수포기를 공식화했다. 치열한 인수경쟁이 예상되던 3사가 모두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와 정통부 담당자들은 파워콤 지분매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상대방에 게 돌리고 있다. “파워콤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만이 인수할 수 있다”는 정통부의 입장과 “국내외 어떤 사업자라도 응찰할 수 있다”는 산자부의 의견충돌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차일피일 매각결정이 늦어졌고 이 과정에서 각 기업들이 시장상황의 악화를 이유로 입찰을 속속 포기하고 있는 것.

한전 측은 예정대로 파워콤 지분 30%를 매각했을 경우 1조5000억원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요즘처럼 기업의 현금상황이 좋지 않고 매수의사가 있는 기업이 없을 경우 설사 매입회사가 나타나더라도 제값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SK와 포철은 올초 한전의 파워콤 지분 1차 매각(10%) 때 주당 3만2000원씩을 주고 5%씩 매입했었다.

파워콤은 한국전력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본금 7500억원의 자회사로 광케이블 기간망(3만8678㎞) 광케이블가입자망(4332㎞) 동축케이블(3만8000㎞)을 보유, 한국통신에 이은 두 번째 통신망 회사다. 국내 기업들은 ‘파워콤을 잡는 자가 향후 통신업계의 패권을 잡는다’고 보고 인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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