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구조개혁 후퇴

  • 입력 2000년 11월 30일 20시 37분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이 후퇴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건설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획 설계 시공 감리 등을 일괄적으로 할 수 있는 ‘건설사업관리(CM)’의 근거 규정을 마련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9월 입법예고했으나 업계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시공(施工)’이 빠졌다.

또한 금융기관이 공사이행보증을 하는 것을 전제로 ‘최저가 낙찰제’ 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내년도 10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서만 시행하기로 했다. 2002년 이후 확대 도입은 어려우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건설사업관리(CM)란 건설회사가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설계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종합 관리하는 것. 세계 1위의 건설회사인 미국의 벡텔은 일찍부터 기획 설계 등 엔지니어링분야에 진출했다.

한국에서는 건축 설계는 건축사사사무소만 할 수 있다. 시공회사들은 할 수 없는 넌센스가 빚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건설업이 갈수록 대형화 복합화돼 가는데 영세한 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도맡는 것은 곤란한 일”이라 지적한다.더욱이 앞으로 건축설계 시장이 완전개방되면 선진 기술을 가진 외국업체들에 의해 국내 시장마저 잠식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이해관계가 걸림돌〓건축사와 중소건설업체들은 “만일 시공사가 건설관리에 참여할 경우 대형 건설업체들만 수주하고 대부분 중소 건설업체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또한 내년부터 1000억원 이상 공공 공사에 대해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하고 2002년부터는 500억원 이상, 2003년부터는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2002년 이후 확대 도입이 불투명해졌다.중소 업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공사이행보증을 받으려면 입찰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최저가 낙찰은 대부분 대형업체들에 돌아갈 확률이 높아 중소업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건설의 중요한 일부인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는 산자부와 정통부 산하 법에 의해 별도로 발주해야 하는 등 건설의 각 분야가 모두 나눠먹기식으로 분리 발주하게 되어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비용절감 요인의 72%가 기획 설계 등 엔지니어링 단계에 있다”며 “개혁 후퇴로 대부분 건설업체들은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단순 시공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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