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갱생프로그램' 국내 첫선…신용불량자들 사전 구제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36분


일시적인 생활고로 은행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출금을 나눠 갚도록 해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신용갱생 프로그램’이 국내에도 본격 도입된다.

회생 가능성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프로그램이 개인 대출자에게도 적용되는 셈이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일시적인 실업 등 리스크가 없는 연체 채권을 대상으로 오래 전부터 연체 대금을 분할 납입케 하는 등의 신용갱생 프로그램을 시행해오고 있다.

삼성캐피탈은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신용갱생 프로그램을 제도화해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우선 일시적 실업자 또는 3달 이상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가진 개인대출자는 3개월 동안은 이자만 납입하고 대출 만기를 15개월 연장해주고 원리금을 이 기간에 나눠 갚으면 된다. 이와 함께 아예 대출금 상환을 3개월 연기할 수도 있다. 또 농업 축산업 등 일정소득이 들어오지 않고 반기나 분기별로 소득이 발생하는 대출자에게는 36개월 이내에 3개월에 한번씩 대출금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했다.

삼성캐피탈 전략기획팀의 김봉선 과장은 “최근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몰릴 수 있는 개인대출자를 사전에 구제해주자는 취지에서 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9월까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개인은 238만명으로 이미 지난해말 235만명 수준을 넘어서면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시중은행들은 아직까지 제도화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들어 지점 단위로 신용불량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점장 전결로 90일 이상 연체고객 중 상환의사를 확인한 사람에 한해서는 전환대출 및 연체 이자를 감면해주는 조치를 취해 신용불량자 등재를 사전에 방지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계 금융그룹인 씨티그룹도 최근 ‘마이크로 크레디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담보와 신용이 없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빈곤층에 무담보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를 위해 올해 100만달러를 우리나라에 기부한 상태이며 기부금이 소진되는 대로 추가로 자금을 기부할 계획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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