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 "브라운관 세계최대회사 설립"…50대50 지분합작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4분


LG전자와 네덜란드 로열 필립스전자가 브라운관 합작법인을 세운다. LG전자는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1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게 됐다.

LG전자 구자홍(具滋洪) 부회장과 필립스사 제라로드 크라이스터리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사의 브라운관 부문을 분리해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50 대 50 지분으로 합작법인 설립을 마칠 예정이다.

필립스는 13%의 점유율로 세계시장 2위, LG전자는 11%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새 합작법인은 점유율 24%로 현재 점유율 22%인 삼성SDI를 제치고 세계 1위 브라운관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윈윈 게임〓양사의 브라운관 부문 합작법인 설립은 두 회사 모두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합작법인의 사업영역은 TV용 브라운관(CPT)과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분야 등으로 양사의 영업지역과 품목 등이 서로 겹치지 않는다. 합작법인의 본사는 홍콩이 유력하며 제조와 영업을 총괄하는 4개의 지역법인이 미주, 유럽, 중국, 아시아 지역에 설치된다. 전세계 11개국 14개 공장에 종업원이 3만4000명에 이르는 이 합작법인은 연매출 6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목표는 브라운관 부문의 세계시장 점유율 29%다.

▽자금난 해소한 LG〓LG전자는 이번에 1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함으로써 그동안 시중에 나돌던 ‘자금난 소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LG는 신규 유치자금을 9월말 현재 284%인 부채비율 감축과 디지털 TV,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 등의 차세대 사업, 5000억원에 이르는 IMT―2000 정부출연금, 자본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합작 방법〓LG전자는 높은 자산가치를 인정받아 현금을 받으면서 합병하게 됐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합작법인 자본금의 50 대 50 동일지분을 맞추기 위해 LG전자는 11억달러를 새로운 합작법인으로부터 받게 된다. 필립스사는 이 돈을 LG전자에 현금으로 지급한다. LG전자가 시장 점유율면에서는 필립스보다 낮지만 자산가치는 필립스의 브라운관 사업부보다 더 높게 인정받은 것이다. LG전자가 자산가치를 높게 인정받은 것은 삼성SDI, 일본의 소니, 마쓰시타에 버금가는 완전평면 기술과 뛰어난 양산기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TV와 모니터용 일반 브라운관의 성장률이 연 6%인데 비해 완전평면 브라운관은 연 2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차세대 성장사업이다.

업계에서는 필립스가 LG전자 브라운관 부문과 합병하는 것을 계기로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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