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검찰, 信金 불법대출 처리 감정싸움

  • 입력 2000년 11월 26일 20시 03분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잇따르고 있는 신용금고 불법대출 처리를 놓고 감정싸움 조짐을 벌이고 있다. 금융사고를 뿌리뽑아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한배를 타고 협조해야 할 ‘정부’가 협력은커녕 서로 못 믿겠다는 등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금감원 직원 10명이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에 파견근무중이지만 협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검은 24일 “금감원이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을 고발한다는데 (금감원이) 고발장을 들고 와도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사고를 저질러놓고 검찰에 설거지를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주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진부회장과 열린금고 전현직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반발 때문인지 오후 들어서는 “열린금고에 대한 검사를 모두 끝낸 뒤 고발할 것”(김중회 비은행검사1국장)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검찰이 꺼리는 것 같아 고발을 미뤘다. 상황을 보아가며 적절한 시기에 고발하겠다. 동방금고 때도 언론이 먼저 보도해 불가피하게 보도자료를 돌리고 브리핑했는데 검찰로부터 ‘금감원이 다 해버리면 우린 무엇을 발표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도 “검찰을 상대할 때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방금고 때부터 금감원은 달랑 A4 3장짜리 고발장만 제출했다”며 “사실관계마저 파악하기 힘든 고발장만으로 어떻게 수사하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외도피중인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도 금감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서울지검에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런 불만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스종금에 대한 특검결과 발표가 늦어진 것과 리젠트종금의 거액 불법대출에 대한 늑장 및 솜방망이 징계가 그런 예다. 금감원은 7월부터 한스종금 검사를 실시해 10월말이면 모든 조치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금고 사건으로 ‘진승현게이트’가 불거지자 서둘러 발표했다. 리젠트종금 문제는 묻혀 있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났다.

<홍찬선·김승련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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