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우車“더 이상 시간 없다”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3분


대우자동차가 회생을 위한 한가닥 희망을 잡을 것인지, 파국을 맞을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대우차 경영진은 이번 주말까지 노조로부터 동의서를 받지 못하면 정리해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러나 경영진의 이같은 방안에 대한 노조의 거부의지도 확고해서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상적인 정리해고 절차에는 2개월이 걸려 그 사이 대우차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협력업체의 줄부도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고 대우차의 국내외 판매 감소 추세도 확연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구조조정 방안이 확실해질 때까지 매각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고 채권단은 자금지원을 거부, 대우차가 이대로 파국을 맞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말이 고비〓대우차 노사는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정부와 채권단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구조조정 동의서를 받도록 강력히 독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대우차 경영진은 △인력감축에 동의하고 △감원자 재취업을 위해 인천시와 노동부가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요구했지만 노조는 정부와 채권단이 참여하는 4자 협의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며 거부했다. 노조 집행부를 제외한 많은 노조원들이 감원이 포함된 동의서 제출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총대’를 멜 구심점이 없어 주말까지 동의서가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시간이 없다〓주력인 부평공장의 가동이 벌써 11일째 중단됐다. 국내 계약분은 지난달 하루 평균 1003대 꼴이었으나 부도 이후 하루 525대에 그치고 있다. 무려 47.7% 줄어든 것. 해외 판매도 9월 5만8355대였으나 10월에는 4만9168대, 11월에는 3만6000여대(추정)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협력업체는 기존 어음을 자체 자금으로 결제해야 하는 데다 신규 어음을 받지 못해 무려 5개월치 자금이 묶여있다. 대우차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부도위기에 처해있는 1차 협력업체는 줄잡아 140개 정도.

▽자동차산업 기반마저 흔들려〓고문수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상무는 “자동차 부품산업이 무너지고 나면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김소림 자동차공업협회 부장은 “대우차 협력업체가 무너지면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현대 기아차도 어려움을 겪게 되며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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