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업계 합병바람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19분


‘수도권 지역 독자생존, 지방금고 헤쳐모여.’

외환위기 이후 흔들려 온 신용금고업계가 동방금고 사건이후 생존을 위해 모색중인 해법이다. 금고업계는 올들어 부산지역, 충북지역 합병에 이어 대구 강원지역의 11개 금고가 합병신청을 냈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역시 “수익성 및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뾰족한 해법이 없다”며 “합병으로 대형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97년 하반기 236개였던 신용금고는 17일 현재 160개로 줄어들었다.

금감원 김중회(金重會) 국장은 “11개 금고가 2개로 합병되는 데다 현재 영업정지중인 금고가 14개”라며 “산술적으로 20개 이상이 올해안에 간판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신중앙금고 등 영업정지중인 3개 금고의 ‘공개 매각설명회’는 과거 설명회와는 달리 썰렁하게 진행됐다. 금고의 이미지와 수익률이 함께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열띤 질문이 잇따랐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 매각대상인 14개 금고 가운데 하나도 안팔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고의 영업수지 악화는 역설적이지만 ‘돈은 넘쳐나는데 대출해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골드 해동 코미트금고 등 서울지역 우량금고들은 올 여름이후 10%대 이자를 약속하며 수천억원대 신규 자금을 끌어들였다. 문제는 끌어들인 돈을 대출해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오죽 급했으면 금고에서 빌렸겠느냐’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대출을 꺼리거나 대출받더라도 ‘비밀 보장’을 전제로 내건다는 것이다.

금감원 정기승(鄭寄承) 국장은 “100원을 예금받아 90원 이상 대출해 줘야 하는데 요새는 80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20원 가량이 간접투자로 주식이나 국공채에 투자되는데 주식은 반토막이 났고 국공채는 지급해야 할 이자보다 낮은 6,7%대에 머물러 ‘역 마진’이 생긴다는 것이다. 17일 공개된 상장금고 8곳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제일금고 등 3곳에 불과했다.

이같은 경영난 속에 신용금고가 부실검사를 자청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몇몇 금고 대주주가 ‘BIS 비율을 이유로 올해 문닫으면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을 받게되니 빨리 검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고업계가 요구해 온 지점설립 허가나 ‘대주주 3년간 무한책임’ 조항 삭제도 쉽사리 개선될 조짐이 없다.금고연합회 관계자는 “그나마 예금보장한도가 5000만원으로 오른 것이 다행이며 내년 상반기 XX신용금고를 XX저축은행으로 개명해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대를 걸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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