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자구안' 합의도 않고 왜 발표했나?]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9시 13분


▽미합의 사실을 공개한 이유는〓정몽구(鄭夢九·MK) 회장은 떡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왜 정몽헌(鄭夢憲·MH)회장은 김칫국부터 마셨을까.

김재수(金在洙)현대 구조조정 본부장이 합의되지도 않은 사실을 밝혀 형제간 지원을 둘러싼 진실에 대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자동차 수출과 관련된 모든 네고와 자금거래는 현대차가 전담했고 실적만 현대종합상사에 넘겨줬다”며 “실제로 자동차와 크게 관련이 없거나 아웃소싱해도 되는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기아차가 양재동으로 옮기면 여의도 기아사옥에 입주할 예정이며 현대중공업도 계동 사옥 매입에 뜻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측은 합의되지도 않은 사항을 잇따라 공표하는 이유를 사태의 책임을 MK쪽에 떠넘기려는 현대건설측의 ‘기정사실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재수 본부장이 사실상 물 건너 간 형제간 지원을 전제로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구안을 밝혀 궁극적으로는 자구안 마련 실패의 책임을 형제들에게 돌리는 ‘작전’을 폈다는 해석이다.

또 잘만 되면 자꾸만 도망가는 현대차의 덜미를 잡을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등에 업고 밀어붙이기에 나서면 MK도 결국 마음을 돌릴 여지가 있다는 것.

한편으로는 형제간 도움이 불가능할 경우 현대건설이 마련할 수 있는 자구안의 수위를 정부 및 채권단에 ‘시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형제간 도움이 불가피한 현대건설의 자구안 마련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하임숙기자>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