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14조 들여 ‘꿈의 항공기’ A3XX 개발 한창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0분


“2005년부터 하늘을 평정하게 될 ‘A3XX’입니다.”

거대한 흰돌고래를 연상시키는 실물크기 모형 항공기 앞에 선 에어버스사의 A3XX 마케팅담당 밥 렌지 이사가 비행기 문을 열어 젖혔다.

입구 안쪽은 10여평은 족히 돼보이는 거실. 길게 둘로 나뉜 두 개의 방에는 각각 유선형의 소파 3개가 설치돼 있다. 펼치면 감쪽같이 1인용 ‘침대칸’으로 변신하는 다용도 좌석. 발치에는 개인용 LCD 모니터가 놓여있어 좌석 팔걸이에 설치된 리모컨으로 인터넷이나 방송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거실 한쪽에는 서고가 놓여 있고 2층 계단 아래쪽에는 칵테일바까지 마련돼 여행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다. 구석에는 널찍한 화장실에 샤워장까지 설치돼 있다.

유럽의 다국적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사가 최근 공개한 ‘꿈의 항공기’ A3XX 모형의 1등석 실내다.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누릴 수 있는 여유겠지만 미래의 우주여행에서나 꿈꿀만한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안한 실내공간. 일반석의 경우에도 현재보다 널찍하게 설계된 좌석과 인터넷장치, 카지노와 면세점 등 편의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프랑스 남서부에 자리잡은 조용한 소도시 툴루즈. 프랑스 파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이 소도시에 에어버스 본사와 생산본부가 6만4000㎡의 넓은 공간위에 펼쳐있다. 에어버스는 미국의 보잉사와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업체. 이번에 공개한 A3XX기는 21세기 장거리 항공기 시장을 장악하려는 에어버스사의 초특급 프로젝트다. A330, A340식으로 명명되는 에어버스 시리즈중 개발이 진행중인 항공기라는 뜻으로 끝의 두자리에 ‘더블 엑스(XX)’가 붙은 것.

2층으로 나눠진 객실에 승객 555명을 태우고 1만5100㎞를 논스톱으로 날 수 있는 슈퍼 항공기다. 현재까지 최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보잉사의 747―400은 413인승. 화물기의 경우에도 최대 150t의 짐을 실을 수 있다.

아직 실제로 제작되지 않았는데도 세계 항공사로부터 밀려드는 주문에 에어버스사는 희색만면이다. 세계적으로 승객과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어 항공사들이 대형 장거리 항공기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

A3XX 수요예측담당 아담 브라운 부사장은 “이미 싱가포르 항공, 아랍 에미리트 항공, 에어 프랑스 등으로부터 32대의 주문을 받았고 2019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같은 급의 항공기 수요가 700여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에어버스가 보는 한국시장의 예상수요는 70대 정도.

보잉사의 견제에 대해 에어버스 측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A3XX 개발담당 존 리히 이사는 “보잉사 경쟁기종인 B747―400보다 공간은 49%가 넓고 운항비용은 20% 이상 절감된다.

보잉사가 747모델을 확대개량해 추진중인 747X(473인승) 프로젝트와는 달리 완전히 새로운 개념과 기술로 제작된 항공기인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자부했다.

96년부터 120억달러(약 14조5000억원)를 투입하고 있고 700여명의 항공 전문 엔지니어가 달라붙어 개발하고 있는 이 비행기의 대당 가격은 2억1600만달러(약 2400억원 상당)로 가격도 메머드급이다. 2005년 이후 해외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은 이 슈퍼 항공기를 이용해 다른 대륙으로 날아갈 수 있다.

<툴루즈〓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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