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퇴출案 부정적 평가에 이례적 해명자료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37분


“정부의 부실기업 정리에 대한 원칙은 확고하다. 살아남을 수 없는 기업은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현대건설도 기본원칙은 법정관리다. 시장이 제대로 알아주지 못해 답답할 뿐이다.”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은 3일의 부실대기업 퇴출 결정은 최선을 다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로 인해 잘못 평가되고 있다고 5일 항변했다. 금감원은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 ‘시장의 8가지 오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금감원의 주장대로 시장이 정부의 의도를 오해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판단이 모여 이뤄진다. 한두 사람의 오해로 평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많은 부실징후 대기업을 ‘회생’으로 받아들인 것은 정부가 그런 단서를 줬기 때문이다.

▼ 현대건설처리 큰 시각차 ▼

▽현대건설 쌍용양회 ‘회생’이냐 ‘정리’냐〓금감원은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를 사실상 살려줬다”는 시각에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이위원장도 5일 “두 회사가 연말까지 강도 높은 마지막 자구노력 의사를 밝힌 만큼 ‘신규지원없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법정관리’라는 원칙 아래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끝머리에 “대주주 동의가 있으면 감자와 출자전환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라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회생의 길을 열어놓아 오해의 소지를 남겨놓았다.

▽은행의 모럴해저드와 대마불사〓발표직후 대한통운처럼 문닫아도 건질 것이 많은 회사는 죽였고, 현대건설 쌍용양회처럼 채권규모가 크거나 충당금을 쌓지 않는 등 은행 피해가 막심한 곳은 살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금감원은 그러나 “채권단은 시장원칙에 따라 미래상환능력을 고려했을 뿐”이라며 채권단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나 정치적 고려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은행권이 10월말 1차로 제시한 퇴출기업수는 22개에 불과했다”고 인정할 정도로 은행권이 시종일관 몸을 사린 흔적이 나타났다.

▼ "한계기업 정리 미흡" 비판 ▼

▽워크아웃 법정관리 기업만 문닫는다〓52개 정리대상 기업 중 43개가 이미 부실판정과 함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 상태여서 ‘새 얼굴’이 9개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있다. 금감원은 “기업정리를 항상 새로운 기업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팩트는 인정한 것이다.

심사대상인 287개 기업은 ‘3년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 가운데 선정됐다. 따라서 ‘52개사 퇴출’ 자체가 대부분 살려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종합적 고려 없이 이자갚을 능력만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일축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부실기업 퇴출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금감원 주장
금융감독원항목시장 평가
대규모 자구 노력으로 회생 어려우면 연말이전이라도 자금 회수해 정리한다현대건설 및 쌍용양회 판정사실상 회생
매년 새로운 기업을 퇴출시킬 수는 없다실제 정리기업수 대부분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기업. 실제는 10여개 뿐
감가상각비용 등 개별 회사의 투자회수기간과 산업별 경기사이클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이자도 못 갚는데이자도 못 갚는 280여개 기업중 정리가 극소수에 불과
시장을 면밀히 살펴 대처하겠다연말 자금난처리 유예된 기업의 자금 수요로 자금시장 위축 우려
채권단이 시장원칙대로 처리했다 은행의 모럴해저드은행 부담이 작은 곳만 쓰러뜨렸다
시장의 충격을 고려한 것으로 정치적 고려없다정치적 고려대마불사 경향이 확인됐다
건설업위기는 사실. 퇴출 이후 건설업계 합리화가 기대된다.건설만 죽였다부실기업평가가 아닌 부실업종 평가
법원에 우선 처리를 요청하겠다는 뜻이었다법원 권한 침해법정관리 퇴출은 법원의 고유 권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