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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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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이위원장의 입을 빌려 알아본다.
―정 회장을 왜 만났나.
“현대건설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 정부방침을 통보하기 위해서다.”
―정부방침은 무엇인가.
“유동성 문제가 있는 기업은 예외 없이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채권은행단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 결정한 회생과 퇴출을 그대로 따른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든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해 예외를 인정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정회장을 만난 결과가 좋을 것 같은가.
“그것은 현대의 몫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무슨 조건을 달아 회생시킨다는 식의 처리방법은 있을 수 없다.”
―자구노력을 제시하지 않으면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방침도 밝혔나.
“채권은행단이 전권을 갖고 기준에 따라 원칙대로 결정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전했다. 정 회장도 그 뜻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으로 본다.”
―정 회장이 만나자고 요청했나.
“아니다. 내가 만나자고 했다. 귀국하도록 요청한 것도 나다. 현대건설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현대그룹에서 심각하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정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회장 없는 재벌은 거의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회장은 8월 ‘3부자 퇴진’에 따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회장은 대주주로서 책임이 있으며 할 일은 해야 한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현대건설이 위기에 빠져있는데 해외에서 1개월 이상 머무르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경영권 포기각서나 출자전환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얘기도 했나.
“물러가라고 요구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정회장과 자구방안에 대해 협의했나.
“정부방침을 통보했을 뿐이다. 정회장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만했다. 구체적인 자구계획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위원장은 30분 가량 짧게 만났다고 밝혔다. 정회장측에서 만족할만한 대답을 하지 않아 분위기도 상당히 어두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