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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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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시장이 우량채권과 비우량채권으로 단절된 비정상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며 불안심리가 고조되면 단기간에 지표 채권가격도 급락(금리급등)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따로 노는 채권시장〓이달들어 금융시장은 구조조정 지연, 동남아 통화위기 조짐, ‘정현준 게이트’ 등 굵직한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일 589에서 27일 515로 급락했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같은 기간 1118원에서 1136원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유독 채권시장만은 강세를 보여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연 8.02에서 7.63으로, 3년짜리 회사채(신용등급 AA―)수익률은 8.86에서 8.57로 떨어졌다. 두 지표금리는 모두 연중 최저치. 금리하락은 곧 채권값 상승을 뜻한다.
▽채권가격 강세, 이유있다〓은행 투신 등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단기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어 경제기초(펀더멘털)에 무감각해졌다는 게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증시가 죽은 상황에서 유일한 수익원이 우량채권이라는 것. 특히 채권시가평가제 실시 후 채권펀드 수익률 비교가 잇따르면서 펀드매니저들의 운용스타일이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채권가격 강세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일부 딜러의 경우 금리선물을 미리 매수해놓고 높은 값에 채권을 사 이익을 챙기는 투기적 거래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채권딜러는 “‘금리가 계속 떨어져야(채권값이 올라야) 먹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시장 참가자 사이에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계속될까〓그렇지만 이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오래 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성민 한국은행 채권팀장은 “내년 1∼2월 예금보험기금 채권이 시장에 나오면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관투자가들이 매입할 수 있는 국공채 등 우량채권이 한정돼 나타나는 만성적 수요초과가 예보채 공급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
박덕배 하나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한 우량채에 계속 자금이 몰리면서 우량채인 지표채권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끝나는 시점이 전환포인트”라고 예상했다.
어느 경우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채권 단타매매에 열심인 딜러들은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한 번 약세로 돌아서면 우량채권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오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정경준·박현진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