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2차 기업-금융구조조정 '총체적 난국'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08분


정부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2단계 기업 금융구조조정이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정현준게이트’로 불리는 ‘동방 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돌출하고 국정감사가 겹치며 금융감독위원회의 업무가 사실상 공백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기업퇴출과 합병이 10월중 가시화된다는 등 무리한 일정을 제시해 차질이 불가피하다. 결국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만 떨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주식을 대규모로 내다팔아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는등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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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0월말까지 마무리하려던 부실징후대기업의 퇴출판정이 11월초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퇴출판정을 감독하고 독려해야 하는데 동방금고 사건을 검사 해명하고 국감을 치르느라 시간이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구조조정 혼선〓퇴출판정에 대해 은행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최종 판정을 위해 열기로 한 신용위험평가협의회는 금감원이 조정하지 않아 사실상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서로 다른 판정을 내리는 기업이 어디인지 금감원이 통보를 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며 “금감원이 업무공백 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규자금 지원 또는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퇴출이 결정되는 일부 워크아웃기업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잣대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98년11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피어리스는 워크아웃 프로그램 상으로는 다음달 초 제2금융권을 포함한 채권단의 서면결의에 따라 워크아웃 중단여부가 결정될 예정. 그러나 이에 앞서 은행의 부실판정을 받게 돼 자칫하면 한 쪽에서는 회생, 다른 쪽에서는 퇴출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게 됐다. 피어리스 채권단 관계자는 “이미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 상태에서 채권금융기관이 결의를 해야할 판”이라며 “은행 고위층에서도 아무런 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부실징후기업 ‘빅3’중 하나로 역시 워크아웃기업인 동아건설도 회생의 최대변수인 대한통운의 지급보증 해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출판정을 받아야 한다. 동아건설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참여한 채권단은 지급보증 해소를 위해 전문 신용평가기관의 힘을 빌리기로 했지만 전체 부실기업 퇴출시한에 쫓겨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인 이달 말 서둘러 신규자금 지원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은행구조조정도 발목〓은행 경영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은행들이 퇴출대상기업을 확정해야 경영개선계획을 경평위에 제출한 6개 은행의 독자생존 여부와 공적자금 투입규모 등을 평가할 수 있다”며 “기업구조조정이 늦어지면 은행 구조조정도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우량은행간 합병이 이루어져 10월중에 세계 50대 규모의 초우량은행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10월말까지 우량은행의 합병발표가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업 금융구조조정이 지연됨에 따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날 외국인이 17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8포인트나 급락하며 523으로 밀렸다. 원―달러환율도 한때 달러당 1141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인 1146.6원(1월6일)을 위협하기도 했다. 뉴욕국제금융시장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스프레드(가산금리)도 1년3개월만에 200bp(베이시스포인트·2.0%포인트)를 넘어섰다.

<홍찬선·정경준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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