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4가지 악재 잇달아 돌출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28분


‘산 넘어 산’이라는 말만큼 요즘의 현대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말은 없다.

현대가 처한 어려움은 크게 네가지. 현대건설 현대투신 현대생명 등 3개 계열사의 부실, 그리고 반도체 경기 급랭으로 곤경에 처한 현대전자 등이다. 4대 악재가 겹쳐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맷집’ 좋기로 소문난 현대 관계자들조차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현대의 4대 악재〓현대투신과 건설의 부실문제와 반도체경기 급락, 이 세가지는 어느 하나만 잘못돼도 현대그룹의 앞날을 흔들 요인들이다.

가장 긴급한 현안은 현대건설의 자구안 실천. 진념 재경부장관은 24일 국감에서 “현대그룹이 연말까지 자구안을 실천하지 않을 경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현대가 부채감축에 실패할 경우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건설을 공기업화하고 창업주 일가로부터 경영권을 박탈한 뒤 회사는 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IG 투자유치건도 핵폭발의 위력을 갖고 있다. 만약 AIG측과의 협상이 깨진다면 현재 현대그룹의 여력으로는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현대투신의 부실을 메울 힘이 없다. 결국 AIG투자유치에 실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현대투신에 쏟아 부은 현대전자 현대증권 등 각 계열사의 자금은 상당부분 허공에 뜰 가능성이 높다. 그룹의 금융업 진출이 계열사 부실화만 야기한 채 실패로 끝나게 되는 셈이다.

건설이나 투신보다 사안이 급박하지는 않지만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반도체 경기 냉각은 현대전자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8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현대전자는 이자만 연간 1조원 이상을 필요로 한다. 현대전자는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부채를 크게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반도체값 폭락이 지속되면서 이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전자가 갖고 있는 한통프리텔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각종 주식들도 주가폭락으로 부채규모 감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생명 증자도 만만치 않다. 평소 같으면 각 계열사에서 수백억원씩을 갹출, 2200억원을 마련하면 되지만 요즘같은 상황에서 증자대금을 쉽게 마련할 계열사는 별로 없다.

결국 현대그룹은 금융 건설 전자, 즉 정몽헌(鄭夢憲)회장 계열의 세 기둥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앞날의 전망은〓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의 위기를 “99년에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고 경영권 다툼의 과정에서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대의 위기관리 능력에도 회의적인 재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대의 저력을 믿는 재계 관계자들도 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AIG 협상건이 잘 이뤄지면 자금사정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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