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회사채 직접 산다…연말까지 17조어치 만기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48분


정부는 연말에 예상되는 기업 ‘자금대란’을 막기 위해 국책은행이 회사채를 직접 인수하는 것을 뼈대로 한 채권시장 부양대책을 곧 내놓기로 했다. 국책은행이 민간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22일 “우량은행으로 몰린 시중 여유자금이 기업대출로 이어지지 않아 연말 시중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회사채에 직접 투자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중소기업채권을 우량 시중은행들에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회사채를 사들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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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경우 우량은행에 묶여있는 뭉칫돈이 국책은행으로 들어와 다시 기업에 흘러나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국책은행)가 직접 회사채 투자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점이 따른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의 돈줄 노릇을 했던 투자신탁회사들이 신뢰를 잃어 회사채 투자를 거의 못하고 있다”며 “투신에서 은행으로 무려 100조원이나 되는 자금이 몰렸지만 은행들이 위험자산인 회사채투자를 꺼려 기업으로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간은행들은 산금채와 중소기업채권에 투자하면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셈”이라면서 “산금채와 중소기업채권은 해당 은행과 협의를 거쳐 발행규모를 정하고 회사채투자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17조5000억원에 이르고 내년 1∼3월까지 추가로 15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대기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4대 그룹 계열 회사채는 14조원이고 5대그룹이하는 18조5000억원어치에 이른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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