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간판만 지켜주오"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저는 대우자동차를 떠나지만 대우자동차는 저에게서 결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젠 대우자동차라는 이름만이라도 지켰으면 하는 게 마지막 바람입니다.”

대우자동차 김신정(金信政·사진)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가 대우차 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해외부문 사장을 지낸 김사장은 대우차 직원들에게 사내 통신망을 통해 개인 E메일을 보냈으며 특히 국내 및 해외 판매담당자들에게는 ‘동지’라는 표현을 써가며 노고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같은 E메일을 받아본 많은 직원이 답신을 보냈으며 김사장은 “내가 대우에서 살아온 32년이 헛되지 않았다”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사장은 “르망을 생산했을 때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경쟁사를 살찌웠고 세계 경영의 기치를 들고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를 개발해 다시 도약을 시도했지만 외환위기라는 불운을 맞고 말았다”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무리한 수출은 더 많은 차입에 의존하게 만들었다”며 지난 일을 회고했다.

그는 이어 “불신은 우리를 병들게 한 질곡이었다”며 “80년부터 회사가 어렵다고 했지만 노사가 대립하고 의심만 할 뿐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묵은 불신을 걷어내고 개인보다는 부문간 업무 단위간 팀워크를 살리고 품질을 생명으로 여길 때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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