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를 맞은 포철 유상부회장 인터뷰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26분


“지금은 혁명기다.”

공기업 체제를 벗은 포항제철 유상부(劉常夫·사진)회장은 민간기업 포철을 이렇게 설명했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국제철강협회(IISI)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유회장을 5일 현지에서 만났다.

―민영화 이후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생산과 판매 체제가 수요자를 중심으로 바뀌고 의사결정 구조도 생산자 위주로 변할 것이다. 안이한 공기업 체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부터 750명의 혁명 주력군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98년 7월 민영화 방침이 나온 뒤 민영화에 대비한 팀을 만들어 회사 내부구조를 바꿔왔다. 지금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대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25년 이상 공기업인 포철에 몸담아온 명실상부한 철강 전문경영인 유회장도 기업 지배경영 체제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이는 듯한 표정이다.

“올 3월 정관을 바꿔 사외이사의 경영권 견제 장치와 적대적 지분 확보를 막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시기가 미묘해서 그런지 경영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낭설이 떠돌고 있다. 왜 그런 소문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그는 주주가 지배하는 경영체제를 유난히 강조했다. “정부가 밝힌 대로 소유지분만큼 의결권을 갖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장 바람직하다.”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포철은 세계 1위 기업이다. 미국의 철강 분석기관인 WSD사가 최근 포철의 주식 가치를 세계 어느 철강사보다 높게 봤는데도 시장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차차 민간기업 포철의 진면목을 알게 될 것이다”

유회장은 이번 IISI 총회에서 회원심사위원장에 선출돼 세계적인 철강인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다졌다.

<멜버른〓정위용기자>viy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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