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위기]채권단銀 "정몽헌회장 사재 출연하라"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37분


정부는 경제부처 장관들의 개각이후 현대가 계열분리및 자구안을 마련하는 마감시한은 연장해주지만 사실상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등 기존안보다 고강도의 자구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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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은 7일 오후 현대그룹에 △자동차 및 중공업의 조속한 계열분리 △ 현재 5조7000억원의 부채를 4조원이하로 낮추고 △3부자 경영일선 퇴진약속 이행 및 부실 계열사 경영진 문책 등을 요구했다.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7일 “이같은 입장을 현대측에 유선으로 전달했으며 금명간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정식공문을 통해 최후통첩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공문에는 현대건설의 유동성 확보방안으로 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명시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사재출연으로 현대건설의 최대주주(7.82%)인 정몽헌회장은 보유 주식 등을 팔아 증자대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외환은행은 현대측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늦어도 19일까지 채권단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은행권의 현대건설 채권만기연장 합의를 파기하고 현대건설의 워크아웃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진념(陳稔)신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대는 채권은행단이 요구한 사안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해 현대에 대한 정책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현대사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귀국을 미루며 해외에 체류하던 정몽헌 회장이 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몽헌회장은 8일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과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사장 등과 함께 소 500마리를 이끌고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달말 방북때 협의한 서해안공단 부지선정과 금강산관광사업 등에 대해 합의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현대측은 정몽헌 회장이 10일 북한에서 돌아오는 대로 마지막으로 수습안을 다듬어 19일 이전에 계열분리 및 자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대측은 현재 정부와 채권은행이 요구한 계열분리 및 현대건설 자구안은 최대한 수용하지만 오너일가의 사재출연과 부실 계열사 경영진 퇴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병기·박현진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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